칼럼&논문

제목(윤상호) 경항모는 안보 백년대계의 초석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양국의 남중국해 ‘기싸움’이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다. 주요 섬을 군사요새화해 남중국해를 자국의 안마당으로 만들려는 중국에 맞서 미국은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치고 있다.



핵추진 항공모함(10만 t급)을 주축으로 한 미 해군의 항모전투단을 잇달아 남중국해에 투입해 중국에 선을 넘지 말라는 경고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1개 항모전투단은 70여 대의 최신예 전투기를 실은 항모와 이를 호위하는 이지스함과 잠수함, 상륙함 등으로 이뤄진다. 웬만한 국가의 해공군력과 맞먹는 수준이다. 항모전투단의 작전 반경은 방어 구역에 따라 최대 250km 이상 미친다. 특히 ‘중요 구역(vital area)’에 해당되는 50km 반경 내에는 타국 함정이나 군용기가 얼씬거리지 못한다. 미 항모전투단이 남중국해를 휘젓고 다녀도 중국이 엄포성 경고 외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하는 이유다.



중국도 2척의 재래식 중형 항모가 있지만 실전 능력과 위력 면에서 미 항모전투단을 상대하기에 아직은 역부족이다. 미국이 전 세계에서 운용 중인 10개의 항모전투단은 ‘슈퍼파워’의 상징이자 원천인 셈이다. 이에 맞서 중국이 2049년까지 8척의 항모를 추가로 건조, 배치하면 한반도 주변의 역내 해역은 미중 간 ‘항모 세력’의 최전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운데 우리 군도 경(輕)항모 도입의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군은 올해 사업 타당성 조사를 거쳐 추진 및 예산안을 확정한 뒤 내년부터 기본 설계에 들어가 2033년경 전력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국산 경항모는 3만 t급에 선체에 수직이착륙전투기 10여 대와 구조 및 해상작전헬기 등을 탑재할 계획이다. 항모 건조에 약 2조 원이, F-35B 스텔스기가 유력한 수직이착륙기 도입에 약 3조 원(추정)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군 안팎에서는 이런저런 비판과 우려도 나온다. 우리의 경제력과 안보 여건을 고려할 때 경항모는 과분한 무기체계라는 것이다. 한반도 자체가 ‘불침(不沈)항모’인데 굳이 경항모를 도입하는 것은 예산 낭비라는 지적도 있다. ‘경항모 찬반론’이 정치권 일각으로 번지면서 정쟁 대상으로 비화하는 조짐도 나타난다.



하지만 경항모는 하나의 무기체계를 넘어 핵심적 국익 관철을 위한 ‘국가 전략자산’이라고 필자는 본다. 원유를 포함한 수출입 물동량의 99%를 바닷길에 의존하는 한국에 해상 수송로의 안정적 확보는 국가 생존 및 번영과 직결된 문제다. 향후 한반도 주변에서 해양 관할권과 도서영유권 갈등이 격화돼 ‘위험 수위’를 넘을 경우 우리 의도와는 상관없이 분쟁에 말려들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도 2020년대 중반 전력화를 목표로 대형 호위함 2척을 F-35B 스텔스기를 탑재하는 경항모로 개조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배경을 꿰뚫어봐야 한다.



경항모의 대북 견제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개전 초기 북한은 핵·생화학탄두 미사일과 장사정포로 우리 군의 주요 미사일·공군기지를 초토화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우리 군의 대북 보복 타격 능력을 제거한 뒤 미 증원전력이 도착하기 전에 조기에 전쟁을 종결짓겠다는 저의다. 하지만 북한의 대공망을 뚫고 후방의 지휘부와 핵·미사일 기지 등을 기습 타격할 수 있는 스텔스 수직이착륙기를 실은 경항모와 수백 기의 미사일과 상륙 전력을 갖춘 함정들로 이뤄진 항모전투단이 동해나 서해에 버티고 있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피해 한반도 해역 어디든 신속 배치될 수 있는 경항모 전투단의 존재 자체가 강력한 대북 억지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일각에선 경항모가 적 미사일 등의 최우선 표적이 될 것이라며 방어 능력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경항모와 그 호위 전력은 적 미사일과 전투기, 함정, 잠수함 위협에 맞설 다양한 대응 수단을 갖춰 크게 우려할 문제는 아니다. 적이 경항모를 주요 표적으로 지목하는 것 자체가 그만큼 위협적인 존재임을 방증하는 걸로 봐야 한다.



중국의 서해 내해화(內海化) 전략과 일본의 독도 영유권 공세가 고조되면서 향후 한반도 주변 바다는 힘의 각축장으로 비화할 공산이 크다. 더 늦기 전에 해양주권과 국익 수호의 첨병이 될 경항모 도입과 전력화를 서둘러야 할 때라고 본다. 중장기 사업으로 추진되는 만큼 최신 기술을 적용하고, 예산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과제도 간과해선 안 된다. 경항모가 안보 백년대계의 초석이 되도록 군은 만전을 기하길 바란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동아일보 2021년3월9일자 A3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