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평화를 위한 활동

1994년 8월 동아일보와 인민일보는 ‘21세기 공자사상’이라는 제목의 국제 심포지엄을 공동 개최했다. 양국의 석학들이 참석해 21세기 공자사상의 역할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그해 화정은 동아일보, 인민일보, 아사히신문이 공동으로 1995년 서울에서 심포지엄을 열자고 제안했다. 이에 따라 1995년 8월1일부터 3일간 서울에서 ‘21세기 동북아시아’를 주제로 3사가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 3국간의 이해증진과 지역평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2년 뒤인 1997년 일본 교토에서는 국제 심포지엄 ‘21세기의 동아시아를 구축한다’가 3사 공동주최로 열렸다.

화정은 남북 당국간 접촉이 거의 없던 1998년 10월에는 북한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김용순 위원장의 공식 초청을 받아 이현락 신문본부장 등 동아일보 기자단을 이끌고 북한을 방문했다. 북한을 공식 방문한 최초의 남측 신문 경영인으로,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해 남북한의 교류확대를 제안하기도 했다. 화정은 7박8일 동안 금강산 개발예정지구를 둘러보고 언론교류를 포함한 양측의 협력사업에 관해 협의했다.

평양에서 열린 환영만찬에서 화정은 “고속도로로 2시간여 달리면 올 수 있는 길을 베이징을 거쳐 28시간 만에 왔다”고 분단현실에 안타까움을 표시한 뒤 “이런 남북간의 물리적 정신적인 거리를 좁혀보겠다는 소박한 뜻에서 방북을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화정은 이어 “이번 방북을 계기로 ‘민족의 표현기관’이란 동아일보의 창간정신을 살려 남북간의 거리를 좁히는 가교의 역할을 다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화정은 송호경 조선아세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과 회담하는 자리에서 금강산을 나진 선봉 자유무역지대와 같이 관광특구로 지정해 이산가족 만남의 장으로 활용할 것을 북에 제안했다. 이에 대해 송 부위원장은 “주의주장을 벗어나 민족전체의 이념에 맞는 일을 하자는 취지에 적극 동감한다.”며 “동아일보와 노력해 민족의 단합과 화합을 이루는데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적극적인 찬성의 뜻을 밝혔다. 북한방문단에는 동훈(전 통일원차관) 남북평화통일연구소장이 화정의 개인고문 자격으로 동행했다.

화정은 동아일보 회장으로 재직하던 2000년 한반도 문제의 실사구시적 해법을 찾기 위해 사재 10억원을 흔쾌히 출연하여 화정평화재단 ‧21세기평화연구소를 설립하였고, 만년에는 사재 2억원을 추가로 출연하였다. 동아일보사도 10억원을 출연해 모두 22억원이 재단 설립의 밑거름이 됐다. 한반도와 동북아에 영구적인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에 선구자적인 역할을 자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