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발전에 기여

화정은 국악 진흥에 남다른 관심과 열의를 갖고 있었다. 1989년 동아일보 사장에 취임한 후 ‘완창 판소리 발표회’를 시작했고, 1990년에는 모스크바 등 옛 소련의 9개 지역에서 창극 아리랑 순회공연을 개최해 현지 동포들의 민족애를 고취시켰다. 녹두장군 전봉준, 홍범도 장군, 윤봉길 의사가 창극으로 부활하는 데도 산파역을 했다. 그의 이런 공로를 기려 1999년 1월 20일 한국인간문화재진흥회(박동진 회장)는 감사패를 전달했다. 화정은 국악 발전 및 전통문화의 해외선양에 기여한 공로로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우리 겨레의 소리인 ‘국악’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자는 의도로 전국의 모든 국악예술인을 총동원하여 대대적인 ‘전국 순회 국악대잔치’가 1984년 거사적으로 펼쳐졌다. 화정은 국악대잔치 전야제에서 다음과 같이 인사말을 전했다.

“동아일보사가 국악의 중흥을 꾀하고 이를 계승 발전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1962년부터 시작한 명인명창공연이 11회째를 맞이하고 있으나 본사가 의도한 만큼 목표에 이르지 못한 감이 있다. 서울에만 치우쳤던 이 행사를 전국에 확산시키려는 것은 우리의 전통과 맥을 이어가는 의지를 보여준다는 면에서 큰 뜻이 있다.”

이 순회공연의 단장은 “국악의 진수를 보여 달라. 쇼와 같은 많은 박수가 아니라 한 사람이라도 진실과 정성을 담은 박수가 나오도록 노력해달라는 것이 동아일보사의 부탁이었다.”고 말했다.

화정은 1999년 일본의 유명한 한국계 도예가인 심수관씨를 한국으로 초청해 ‘4백 년 만의 귀향’이라는 제목의 도예전을 갖도록 지원했다. 개막식에는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한 양국의 많은 귀빈들이 참석해 화제를 모았다. 1598년 정유재란 때 일본으로 끌려간 심씨 일가는 지난 4백년간 가업을 이어 왔으며 일본의 도자기 문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화정이 이 도예전을 서울에서 개최함으로써 한국과 일본 국민들이 문화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더욱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 마라톤의 살아있는 역사인 동아마라톤. 1931년 단축마라톤으로 시작해 일제 암흑기에는 민족의 희망을 가꿔나가는 축제였고 해방 후에는 기록과 스타탄생의 요람이었다. 동아마라톤은 화정에 의해 1994년 한 단계 더 발전했다. 국내 대회였던 동아마라톤대회를 세계화라는 시대추세에 맞게 국제대회로 승격시켰다. 또 엘리트 선수 외에 일반 국민도 함께 뛰는 마스터스부문이 신설돼 명실상부한 온 국민의 스포츠 축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