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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새 정부 안보전략, 국제사회 신뢰 얻는 첫발이 중요”[화정 인사이트 10] (1)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캐나다 G7 정상회의에 이어 나토 정상회의, 경주 APCE 회의가 6개월 내에 연달아 열린다. 이 대통령은 캐나다 G7 정상회의 무대에 무난하게 데뷔했지만 여전히 흔들리는 국제질서와 거센 통상 파고라는 어려운 환경을 넘어야 한다. 내부적으론 남북문제 대응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한국의 역할 재정립이라는 난제가 기다리고 있다.


화정평화재단은 6월 19일 동아닷컴 대회의실에서 ‘새 정부 출범과 대외정책’을 주제로 연구위원 간담회를 가졌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정구연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성윤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재승 고려대 교수(왼쪽부터)가 토론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이 대통령은 6월 4일 취임사에서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한미일 협력을 다지고, 주변국 관계도 국익과 실용적 관점에서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또 “평화가 경제, 아무리 비싼 평화도 전쟁보다 낫다”라며 한미 군사동맹을 기반으로 북핵에 대한 강력한 억지력을 강조했다. 더불어 북한과 소통 창구를 열고 대화 협력을 하겠다“고 했다. 그 첫 번째 조치로 대북 확성기를 중단하고 대북 전단도 금지시켰다.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이사장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는 19일 오전 동아닷컴 대회의실에서 ‘새 정부 출범과 안보정책 점검’을 주제로 사내 연구위원 초청 간담회를 가졌다. 참석자들은 “지금은 국제질서 재편의 격동기로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며 “새 정부의 선택이 정말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이재승 고려대 교수(일민국제관계연구원장), 정구연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성윤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가나다 순)이 토론에 나섰고, 김영식 동아일보 재단협력위원장이 사회를 맡았다.

어려운 국제 환경일수록 신중한 대외정책 필요

김영식 :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국제 외교 안보 환경이 녹록치 않다.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위기는 북한 핵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우리의 대외정책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하나.

박원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구상하는 세계질서가 지연될 수 있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부터 중동에서 발을 빼려고 했는데 다시 잡힐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태평양에 포커스를 맞추고 중국 견제에 나섰지만 이번 중동사태로 발목을 잡힐 수도 있다. 그러면 인도-태평양 전략 구상의 시간도 줄어들 것이다. 더불어 한국을 비롯한 핵심 동맹국들의 책임과 비용 강화 압박이 커질 것이다. ‘동맹 변환’이 신속하고 빠르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G7 회의에서 미국과 G7 국가들의 입장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이란 핵을 용납하지 못한다는 메시지가 강하게 담겼다. 새로 시작하는 우리 정부 위치 선정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트럼프 2기는 1기와는 완전히 다르기에 자칫 한 번의 잘못된 선택으로도 나락에 빠질 수 있어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이번 G7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첫 단추는 잘 뀄다. 특히 일본과의 ‘셔틀 외교’를 복원하기로 한 것은 다행으로 생각한다.

김영식 : 미국의 이란 핵시설 타격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북핵과 관련 북한에서는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정구연 : 북한은 지금 두 가지 상황을 고려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을 절대 허용할 수 없다며 군사적 옵션도 거론하고 있다. 비핵화는 불가피하다는 측면과 또 다른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핵을 포기했고, 이란은 핵 개발 단계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핵화를 두고 북한이 고민할 것이 많을 것이다. 또한 트럼프가 핵 보유 반대를 확실히 했기 때문에 핵을 가져야 한다는 우리 내부 일부에도 ‘핵을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점을 분명히 확인시켰다. 미국 대 G7의 다른 국가로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유럽 내부에서도 분열상이 보이고 있다. 독일은 이란 공습에 찬성하는 등 유럽에서도 입장들이 다르다. 괜히 이걸 보고 새 정부가 미국과 다른 나라들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영식 : 이란 핵 시설을 벙커버스터로 공격해 파괴하는 상황 등 중동사태가 장기화되면 그 파장은 깊고 클 것으로 생각한다.

정성윤 : 우리 입장에서는 중동의 확전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할 수 없다. 만약 중동사태가 확전된다면, 이것이 북한에게 시사하는 바는 세 가지일 것이다. 첫째, 김정은 정권의 핵 보유 결기는 더욱 강해지고 비핵화 협상에 대한 동기는 훨씬 줄어들 것이다. 북한 지도부는 우크라이나와 이란이 처한 안보 취약성을 핵 보유의 필요성과 반드시 연관해 사고할 것이다. 둘째, 북한은 러시아와의 군사 동맹에 대한 의존을 과대평가할 수 있다. 군사 동맹이 없는 이란은 사실상 단기필마로 싸우고 있다. 그래서 북한은 핵 능력을 만족할 만큼 확보하기 전에 러시아와 군사 동맹을 ‘포기할 수 없는 안보 보험’으로 평가할 것이다. 셋째, 중동전이 확전되고 그 가운데 미국의 역할이 있다면,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 변수를 재평가할 것이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중동사태는 북한입장에서 볼태, 일면 북핵 이슈가 국제적 관심에서 멀어지게 하는 장점도 있지만, 결국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을 파괴하는 강제적 비핵화(compelled denuke)가 현실화된다면 자신들도 예외가 아니라고 두려워할 것이다. 이는 중동사태 이후 북한이 설정할 대미 관계에 큰 고민을 안겨 줄 것이다.

박원곤 : 북한 입장은 외무성 담화로도 읽혀진다. 김정은이 일종의 신 냉전 체제를 만들려 하는데 그들이 말하는 담론 구축의 좋은 기회일 것이다. 특히 이란은 반미 측면에서 북한을 핵심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다. 미국의 GBU-57 벙커버스터 한 방으로 제압이 안 될 수 있는데, 과연 수차례 연속 폭격으로 갈 것인지는 의문이다. 그래서 트럼프의 무조건 항복 요구는 전형적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 수법일 수 있다. 협상 국면에서 이란 고농축 우라늄을 포기시키는 방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동안 트럼프는 전쟁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생각과 이란 알리 하메네이 정권교체는 실패한다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많이 했다.

정성윤 : 중동사태의 확전은 비단 중동의 세력균형 뿐 아니라 전세계의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미국의 세계 전략에 결코 우호적 환경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중동의 확전을 막기 위한 미국의 노력은 합리적 선택이다. 다만 현실적인 문제는 트럼프가 확전 자제 유혹을 어떻게 견딜 것인가이다. 강한 친이스라엘 성향의 트럼프 대통령은 가급적 이스라엘의 선택을 존중하고자 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 사태를 이란의 CVID를 추진할 절호의 기회로 판단할 수 있다.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의 확전 시도를 확신한다면, 즉 이란이 확전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면, 이번 분쟁을 단지 이스라엘과의 무력 분쟁이 아니라 미국과 중동 전체의 전쟁 구도로 전환하고자 할 것이다. 결국 트럼프의 선택과 이란의 판단이 중요하다. 적절한 수준에서 이스라엘과 이란 휴전 통제가 최선의 경우다.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

김영식 : 트럼프가 이란에 ‘무조건 항복’하라고 했다. 국가로서는 모욕적인 말로 강약을 조절할 가능성이 있다. 지금의 중동 정세와 북한, 미국의 여력이 한반도에 미치는 것을 종합해 보면 새 정부는 굉장히 복합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최근 북한이 러시아에 공병 부대를 추가 파병하며 더욱 밀착하고 있다. 새 정부의 운신 폭을 좁히고 있다.

박원곤 : 북한의 공병부대 추가 파병은 외화벌이라고 생각한다. 북한 공병은 전투 공병과 건설 공병 두 가지다. 건설 공병이 평양 여명거리와 과학자 거리를 만들었다. 러시아도 인력을 동원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여전히 전쟁 지역이라 서로 이해가 맞았다. 북러 밀착을 보면서 북한의 불안감도 읽힌다. 앞으로 전쟁의 판이 어떻게 될지 김정은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앞으로 러시아와 관계를 이어갈 수 있을지 고민이 굉장히 클 것이다. 끊임없이 러시아를 일종의 결박하는 방법을 쓸 것이다. 전쟁 이후에도 지금과 같이 할 것인가에는 의문이다.

정성윤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막바지 단계로 휴전 국면에 진입했다고 판단하는 것이 맞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단독으로 전쟁을 지속할 물리적 능력이 부족하고 애초 양측이 설정했던 목표를 달성하기는 이미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유럽의 NATO 국가들도 전쟁 이전보다 회원국이 늘어났고 중동부 회원국들의 국방력이 강화되었기 때문에 지금의 휴전이 전략적 실패나 손실이 아니다. 결국 언제 어떤 방식으로 휴전 하느냐만 남았다. 미국이 러우 전쟁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지만 중동 문제가 일단락되면 곧바로 휴전협정이 가시화 될 것이다.

정구연 : 러-우 휴전과 관련 유럽 국가들 생각이 달라 보인다. 일부는 전쟁이 좀 더 장기화 될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다른 한편으로 휴전이 생각보다 빨리 온다고 해도 러시아가 과거 영토를 포기할 것인지 회의적 입장도 있다. 이는 한국의 새 정부가 상당히 고민할 부분이다. 한국의 새 정부가 고민해야 할 것은 전쟁이 끝나면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공약집을 보면 ‘러-우 간 균형 외교’가 있는데, 휴전시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러시아도 북한과 현 수준으로 가져갈 것인가에 고민이 될 것이다. 북한군 공병 6000명 보다 한국 도움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머뭇거린 나토 정상회의 참석…잘못된 시그널 우려

김영식 : 이 대통령이 G7에 참석해 외교무대에 데뷔했다. 이 방식은 굉장히 효과적으로 보인다. 반면 아직 나토 정상회의 참석 확정 이야기가 없다. 나토 정상회의 참석 여부를 두고 논란이 나온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국가가 힘이 없을 때는 가고 싶어도 못 가는 것이 국제회의 자리다. 나라가 없을 때, 6.25 전쟁 끝나고 나서 우리는 국제무대에 발붙이기 힘들었다. 무슨 회의체 하나 들어가려고 얼마나 큰 노력을 기울여야지 하는지를 생각해보면 정말 좋은 기회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박원곤 : 결국 중국 때문이다. 나토 정상회의는(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IP4(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4개국) 플러스가 되었다. 참석 여부 논란이 나오면서 이 정부는 벌써 손해를 보기 시작했다고 저는 생각한다. 벌써 유보 메시지가 발신됐다. 나토 정상회의가 오히려 G7보다 훨씬 중요하다. 나토 IP4는 지난 3년간 제도화가 되었다. 거의 당사국이나 마찬가지다. 여기에 참석하지 않으면 32개국과 IP 세 국가에 ‘한국은 참여하지 않는다’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 더불어 중국과 러시아에 잘못된 메시지를 줘 ‘한국이 약한 고리’라고 생각할 것이다. 중국은 한한령 다 풀고 경주 APCE(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 당연히 올 것이다. 앞으로도 나토 IP4는 계속될 것이냐의 문제를 고민하는 것일 수도 있을텐데, 트럼프 대통령으로 인해 IP4가 깨질 가능성도 있지만, 그건 나중 문제이고 한국은 여기에 참석해야 한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은 나토와 IP4를 분명 ‘연맹’이라고 하며 중국을 견제하겠다고 했다. 트럼프는 유럽을 분리하겠다는 방향으로 갈 것이지만 우리는 일단 거기에 서 있다.

정성윤 : 이재명 정부는 ‘실용 외교’를 내세우고 있다. 실용 외교는 기본적으로 국력과 국격을 효율적으로 잘 활용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가장 훌륭한 게임의 마당은 다자외교다. 이런 차원에서 새 정부는 상당히 좋은 환경에서 출발했다. 취임 6개월 내 G7, 나토 정상회의, 경주 APCE 정상회의가 다 열린다. 소극적으로 대하거나 거부할 이유는 전혀 없다. 만약 나토 정상회의에 불참한다면 우리의 자유주의 국제 질서에 대한 의지와 전임 정부와 차별 차원에서 불참했다는 불필요한 의심을 받을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은 실용 외교의 상징적 차원에서 긍정적이다.

(2편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