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우리 아이들의 & 아름다운 한반도)

제목[청년이 묻고 우아한이 답하다] 김정은 서울 답방 반기는 트럼프의 속내는?



Q. 북미 정상회담이 싱가폴에서 열린지 몇달이 지났습니다. 영변 핵시설 폐기등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지만 미국의 완전한 비핵화요구와 북한의 “상응 조치”의 요구가 맞서고 있습니다. 지난 11월30일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김위원장의 서울을 방문하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언급도 했습니다. 미국이 북미 협상의 돌파구로 김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활용 할 생각하고 있는것 같은데요. 김위원장의 방문으로 미국이 협상에서 얻을 수 있는 우위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류태림 학생 반갑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한미동맹이나 미북관계 차원에서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간단한 표현이나 작은 행동 하나 하나에도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매우 좋은 질문을 해주셨고, 제가 생각하는 바를 정리해서 전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김정은 국무위원장 서울 방문에 대한 언급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재 북미간 비핵화 협상의 진행 상황과 미국의 협상전략,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 세 가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단순한 외교적 수사(rhetoric)를 넘어 보다 포괄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조망할 수 있다고 봅니다.


현재 북미간 비핵화 협상은 교착상황에 있습니다. 미국은 당초 빠른 속도의 북한 비핵화를 기대했지만,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에는 그런 기대를 접었다고 봅니다. 북한은 시간을 끌며 유리한 협상을 진행하려는 과거의 패턴으로 돌아가서 미국과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11월 8일 예정된 북미 고위급회담이 연기되었고 아직도 재개될 징후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북미간에 가장 큰 이견을 보는 분야는 신고와 검증입니다. 북한은 핵능력 신고를 기피하고 있고 검증과 관련해서도 미국이 원하는 철저한 검증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의심시설 방문과 시료 채취를 희망하는 반면, 북한은 현장을 지켜보는 ‘참관’ 수준의 방문을 희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북제재의 완화시기도 북미가 다른 입장입니다. 북한은 자신들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에 상응하는 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미국은 북한이 신고·검증과 같은 중요한 비핵화 조치를 취해야 제재 완화를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비핵화 협상의 본질적 부분에 큰 견해차가 있는 거죠.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관계가 좋다고 하면서 현재 북미간 대화가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도 긍정적인 입장이구요. 그런데 왜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이 교착된 상황임에도 연일 긍정적인 메시지를 내놓고 있을까요? 그 이유는 미국의 협상전략 때문입니다. 현재 미국은 정상간의 유대를 바탕으로 대화의 동력을 이어가면서 경제제재라는 수단으로 북한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공세적 관여전략’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북한을 대화의 틀 안에서 관리하기 위해 그런 건데요. 만일 대화가 단절되고 북한이 핵 실험이나 미사일 실험과 같은 전략도발을 감행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더 어려운 입장에 놓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작년과 같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거나 또는 중국에게 보다 적극적인 협력을 구해야 합니다.


그런데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킨다고 해서 북핵 문제가 풀리는 것도 아니고, 미중간 진행되고 있는 무역전쟁을 고려할 때 중국의 적극적인 협력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러다 보니 대화의 동력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고, 김정은 위원장의 “완전한 비핵화” 약속을 기정사실화함으로써 북한의 비핵화를 촉구하고 있는 거죠.


이런 맥락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미국의 협상전략에 부합하죠. 현재 북미간 대화가 교착되어 있는데,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북미간 대화에 새로운 동력을 제공하길 희망하고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하게 되면 한국 국민들이 듣고 싶어 하는 구체적 비핵화 약속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 결과 비핵화 문제에 대해 종전보다 진일보된 입장을 내놓을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거죠. 바로 이 점이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하는 기회요인이라고 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도 또 다른 고려사항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 상대방을 늘 추켜세웁니다. 하지만 정작 협상에서는 자신의 이익은 절대 양보하지 않는 모습이구요. 현재 미중간 진행중인 무역전쟁을 예를 들 수 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해서 시진핑 주석과의 좋은 관계를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협상에 들어가서는 중국을 엄청나게 압박하고 있죠. 이러한 협상 스타일이 북한 문제에도 적용되고 있다고 봅니다. 김 위원장이 서울 방문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 것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평양에 가만히 있지 말고 서울에 가서 구체적인 비핵화 약속을 해라. 그러면 북미간 고위급 회담을 통해 그 내용을 확인하고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갖겠다. 하지만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 없이는 대북제재를 완화해줄 수는 없으니 그건 알고 서울에 가라’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라고 봅니다.


여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을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는데요. 현재 북한은 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씀드렸죠. 그런데 북한의 이러한 입장이 바뀌지 않았다면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에 와서 구체적인 비핵화 약속을 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트럼프 대통령도 잘 알고 있다고 봅니다. 그간 북한은 비핵화 문제나 제재 문제를 미국과 직접 대화하며 풀고 싶어 했으니까요. 만일 북한이 마음을 바꾼다면 미국과 직접 대화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봅니다. 이 점을 고려할 때 트럼프 대통령의 서울 답방 발언은, 속으로는 큰 기대를 하지 않지만 동맹국인 한국 정부의 입장을 형식적으로 지지해주는 외교적 수사일 수도 있습니다.


정리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의 동력을 이어가면서 제재라는 수단을 통해 북한을 비핵화로 견인하려는 입장이고, 같은 맥락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정체되어 있는 비핵화 협상의 새로운 동력으로 활용하고 싶어 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미국이 원하는 협상 조건에 북한이 응해줄 것을 촉구하는 것이지, 미국의 정책 변화를 시사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