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논문

제목[남시욱] 특별기고 2019 국가의 진로


김경수 유죄판결과 ‘촛불’ 재등장

 

3‧1운동100주년을 맞아 우리가 지금까지 걸어왔고, 또한 미래에도 걸어가야 할 국가의 진로를 새삼 생각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결론은 새해 2019년 연초 들어 우리가 마주친 현실이 정의, 자유, 공정을 기본으로 하는 3‧1정신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2017년에 치러진 19대 대통령선거를 전후한 드루킹(본명 김동원)일당의 대규모 여론조작사건에 대한 1심 선고와 그 후폭풍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경남지사가 공동정범으로 유죄를 선고받고 법정구속되자 여야간에 보기 드문 갈등이 일어났다.


우려스러운 점은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사법농단 세력에 의한 보복"이라고 담당판사와 재판결과를 맹렬하게 공격하고 나선 사실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정농단으로 탄핵당한 세력들이 감히 촛불혁명으로 당선된 대통령을 대선불복으로 대하느냐"고 더욱 강하게 나왔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등 야당 일각에서는 ”문재인의 당선 자체가 무효인데, 불복은 무슨 불복이냐“고 격렬하게 반발하면서 문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하고 나섰다.


더욱 걱정되는 사실은 김 지사에게 유죄가 선고된 바로 그 주말에 대규모 촛불시위가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앞과 경남 창원에서 재등장한 점이다. 작년 연말부터 주말마다 계속된 보수우파들의 문재인 대통령 퇴진 요구 대규모 시위 역시 구정을 지나고 더욱 격화되는 양상이다. 자칫하다가는 해방직후처럼 양측 시위대간에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 사건의 본질은 무엇인가. 드루킹 일당이 현대 정치의 총아라는 전자민주주의를 농락한 민주주의의 적이라면 공공연하게 사법부를 협박하는 인사들은 대한민국의 국체인 공화제를 파괴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2013년 3월 국정원 댓글사건이 밝혀지자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추미애 대표는 “박근혜 정부는 댓글조작과 조작뉴스로 시작한 가짜정권”이라고 여권을 공격했다. 그런데 드루킹사건은 댓글조작건수가 그 보다 수백배인 무려 8,840만여건에 달했다. 드루킹일당은 김 지사에게 이미 2016년 11월 28일 "경인선(드루킹의 댓글부대)은 3대 포털(네이버, 다움, 네이트)을 장악하고 있으며, 킹크랩 완성도는 98%"라고 보고했다 한다. 참으로 끔직한 일이다.


이들의 여론조작으로 큰 피해를 입은 사람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였다. 그는 대선 1년 전인 2016년 봄에는 문재인보다 지지율이 높았으나 2017년 들어 한자리수로 떨어졌다가 선거일 1개월 전에 겨우 30%대로 상승했다. 안철수는 자신을 ‘이명박의 아바타’라는 악성댓글에 흥분해 후보토론회에서 이를 해명하느라 토론도 제대로 못한 결과 투표일 직전에는 지지율이 20%로 추락했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2017년 연초부터 지지율이 30%대로 올라가고 그해 5월의 투표일 직전에는 40%대로 급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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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사건과 문재인 대통령과의 구체적인 관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후보시절 경공모(경제적공진화모임)라는 이들 조직의 위장명칭을 ‘경인선(經人先, 경제도 사람이 먼저다)’으로 바꾸게 한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졌는데 필명이 '솔본 아르타'인 경인선 회원 양모씨는 더 불리한 증언을 했다. 즉, 드루킹 일당의 활동상황을 김 지사로부터 보고받은 문 후보가 그들을 보호해주겠다고 직접 말했다고 김 지사가 회원들에게 공표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회원들이 모두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고 한다(《조선일보》. 2018년 10월 30일자)

 


헌정사상 최초의 사법부 수장 구속

 

문 정권이 2월 들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기소한 것은 70여년의 헌정사상 일찍이 없었던 일이다. 47건에 달한다는 그의 혐의 가운데 주된 것은 박근혜 정부가 한일관계를 감안해 부탁한 일제 강제징용 근로자 관련 소송사건의 심리를 지연 시키도록 재판부에 압력을 가했다는 것이다. 또한 그가 판사들의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것이 ‘사법농단행위’라 해서 형사범으로 몰렸다.


집권 3차년을 맞은 문 정권이 벌써 레임덕 시기를 맞았는지 청와대가 비밀리에 민간인을 사찰했다고 관계공무원들이 폭로하고 나섰다. 내부고발자 중 한사람은 청와대 민정비서실 산하 특별감찰반의 김태우 수사관이다. 그는 지난 해 연말 자신의 비리혐의로 검찰로의 원대복귀를 명령받자 문재인정부의 신형 적폐를 고발하는 역공을 폈다. 그는 자신이 문 대통령의 측근인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의 비위 의혹을 보고했다가 청와대의 미움을 받아 내쫓겼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청와대 민정비서실이 고건 전 총리, 조선일보 오너 일가 등 민간인들에 대한 사찰과 330개 공공기관 임원 블랙리스트 작성·관리한 의혹 등도 폭로했다. 그는 나중에 드루킹특검수사에 관한 정보도 청와대 윗선에서 수집하라고 지시했다고 추가 폭로했다


두 번째 내부폭로자인 기획재정부의 신재민 사무관은 정부가 민간기업 임원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고 폭로했다. 그는 또한 1조원에 달하는 국채의 조기상환을 청와대의 지시로 예정일 하루 전에 돌연 취소함으로써 채권시장을 크게 혼란시켰다고 폭로했다. 그는 또한 문재인 정부 출범의 해이자 박근혜 정부 마지막 해인 2017년에 7조8천억원의 적자성 국고채를 발행하도록 청와대가 기재부에 압력을 넣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지시들은 박근혜 정부의 국가 채무비율을 높여놓아야 향후 문재인정부에 부담이 없을 것이라는 정략적 계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정권의 이익을 위해 국가가 연간 2천억원에 달하는 이자, 즉 국민혈세를 허비하는 것쯤은 상관이 없다는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행태이다. 다행히 청와대의 국고채 신규발행 지시는 기재부의 반대로 좌절되었다는 것이다.


 

대북문제를 둘러싼 심각한 내부분열

 

2019년은 북핵문제가 판가름 나는 결정적인 해다. 트럼프의 대북정책이 걱정이지만 문 대통령의 초고속 평화정책도 걱정거리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10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새해에도 남북 정상 간에 더 자주 만나게 되고,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비핵화에 있어서도, 더 큰 폭의 속도 진전을 이루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으로 이어지는 그의 기존 대북로드맵을 서둘러 진행시킬 조짐이다. 그는 이어 2차 북미정상회담이 2월 26, 27 양일간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열리기로 결정되자 남북관계가 한 차원 더 높게 발전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면서 평화가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는 ‘평화경제의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면서 대규모 대북경제지원을 예고했다.

 

올해 들어 문 대통령의 국방정책이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약칭 대수장)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했다. 북핵 폐기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서둘러 추진되는 문 대통령의 대북평화정책에 반대하는 예비역 장성 415명으로 결성된 이 단체는 지난 1월 30일 출범식에서 9‧19남북군사분야합의서를 망국적인 협정이라고 맹공하고 나섰다. 대수장은 이 합의서를 2월말까지 수정하라고 시한을 박아 문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대수장은 나아가 “군은 종북정치인들의 망국적 행위들을 목숨 걸고 거부하라”고 현역군인들에게 사실상의 항명을 호소했다.


문 대통령의 통일구상 역시 국민들에게 불안을 주고 있다. 그는 작년 9월 19일 저녁 평양의 5‧1경기장에서 15만명의 평양 시민들을 상대로 행한 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북과 남 8천만 겨레의 손을 굳게 잡고 새로운 조국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 ‘새로운 조국’은 과연 어떤 것인가. 그 새로운 조국에서 자유와 인권, 그리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가 보장되는가. 앞으로 그가 김정은과 덜컥 무슨 합의를 해버리지 않을까 불안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노태우정부 때인 1989년부터 2017년 박근혜 정부 말까지 6개 정권이 변함없이 고수해온 대한민국의 공식통일방안, 즉 남북한의 화해협력 단계-남북연합 단계-완전한 통일국가 완성 단계라는 3단계의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 방안 보다 더 현실적인 통일방안이 아직 발견되지 않는 이상 문 대통령도 그것이 올바른 국가진로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2019년을 맞아 문 대통령이 지금까지 강력하게 주장하던 ‘1919년 건국’ 주장을 사실상 접은 것은 다행한 일이다. 그는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절 축사에서 "오늘은 광복 71주년이자 건국 68주년"이라고 언급하자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얼빠진 주장"이라고 거칠게 비난했다. 이 때문에 문 정부는 2019년에 ‘건국100주년" 행사를 성대하게 거행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막상 올해가 되자 어찌된 셈인지 상황이 달라지고 말았다. 그렇다면 올해 광복절에는 건국71주년 행사를 하는 건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끝)


남시욱(南時旭)화정평화재단 이사장

언론인, 교수 

동아일보 일본 특파원

동아일보 상무 역입

문화일보 전 사장 역임

현재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 재단 이사장 

 

출처 : <월간 헌정 2019-3월호>

http://www.rokps.or.kr/diamond/webzine.asp?idx=63#book5/page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