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논문
제목[변영욱] 사진이 경제를 표현할 때
■북한 이미지정치 리포트/ 2026년 6월
가장 사진을 많이 게재하는 노동신문
2026년 6월 노동신문은 스펙터클했다. 정치와 군사, 외교가 쉼 없이 이어진 한 달이었다. 김정은이 창립 80돐을 맞은 조선로동당 중앙간부학교를 방문했고(1일), 아시아축구연맹 U-17에서 우승한 국가대표팀과 내고향축구팀의 시범 경기가 열렸다(2일). 핵물질생산공장 현지지도(3일)에 이어 신형 구축함 강건호 항해시험에는 딸 김주애도 동행했다(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년 만에 평양을 찾아 김일성광장이 환영 인파로 가득 찼고(8~9일), 당 중앙위원회 제9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은 핵무력 강화 방침을 재확인했다(20~22일). 500톤급 신형 다목적구축함 최현호 취역식에서는 남녀 해군들과 선상 파이팅을 외쳤고(24일), 개량형 240㎜ 방사포와 전술탄도미사일 성능 점검도 이어졌다(25일).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사진을 많이 게재하는 노동신문 지면에는 이번 달에도 수백 장의 행사 사진, 현지지도 사진, 군사 사진이 쏟아졌다. 그 가운데 이번 달 필자의 눈에 유독 오래 걸린 것은 경제 현장 사진이었다. 그중에서도 지하 탄광의 갱도 안에 있는 탄부들을 찍은 사진이었다.
봉천 탄광 광부 정돈된 모습
봉천탄광 사진을 보자. 갱도 안에서 광부 네다섯 명이 마주 보며 웃고 있다. 주먹을 불끈 쥔 사람도 있다. 배경 암벽에는 헬멧 랜턴의 빛줄기가 여러 갈래로 뻗어 있다. 검덕광업연합기업소 사진에서는 방호면구를 쓴 광부들의 얼굴이 놀랄 만큼 선명하다. 피부의 그림자가 거의 없다. 헬멧 랜턴 하나로는 설명되지 않는 밝기다. 카메라와는 다른 위치에서 비춘 보조 조명이 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또 다른 갱도 사진에서는 광부들이 악수를 나누는데, 배경의 빛이 무대 조명처럼 여러 방향에서 퍼져 나온다.
사진을 보면 공통점이 보인다. 작업에 몰두하는 순간을 우연히 포착했다기보다 촬영을 전제로 정돈된 장면에 가깝다. 헬멧에는 석탄가루가 묻어 있지만 얼굴은 지나치게 깨끗하다. 실제 막장의 긴장감보다는 촬영이 가능한 공간을 골라 들어간 인상이다. 물론 사진 몇 장만으로 연출을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진은 무엇을 보여주는가만큼 무엇을 보여주지 않는가도 중요하다. 이 사진들에서 잘 보이지 않는 것은 습기와 먼지, 좁은 공간의 압박감, 그리고 탄광 노동이 가진 위험성이다. 위험이 사라진 자리에 자신감과 낙관이 들어선다.
왜 하필 이 시기에 탄광이었을까.
6월 20일부터 22일까지 열린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9기 제2차 전원회의의 공식 의정 네 가지 중 하나가 '석탄공업 개편 및 탄광마을 현대화'였다. 탄광이 당 전원회의의 정식 의제로 오른 것 자체가 이례적이었다.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말했다. "전국이 변혁하고 진보하는 시대에 석탄공업부문에 남아있는 세기적인 낙후성을 털어버리는 문제는 전략적 문제"라고. 전국의 탄광마을을 현대적으로 개변시키겠다는 결정도 함께 채택됐다. 탄광지역의 낙후성을 없애는 일을 '또 하나의 과감한 혁명'으로 규정하고,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지는 최우선 전략사업으로 격상시켰다.
여기서 모순이 생긴다. 김정은은 탄광 현장의 '세기적 낙후성'을 인정했다. 그런데 같은 시기 노동신문의 탄광 사진은 밝고 활기차다. 최고지도자가 낙후하다고 말한 바로 그 현장을, 사진기자는 조명을 들고 들어가 환하게 찍었다. 이 간극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북한의 경제 사진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처음부터 경제선동의 문법 속에서 제작된다. 현장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을 통해 결의와 성과를 시각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생산 현장을 찍되 어둠은 지우고, 웃음은 살리고, 성과는 부각한다. 조명은 그 문법의 핵심 도구다.
조명은 단순한 촬영 장비가 아니다. 무엇을 드러내고 무엇을 감출지를 결정하는 선택이다. 갱도의 어둠을 밝히는 순간 현장의 낙후성이나 노동의 고됨은 희미해지고 생산 의지는 선명해진다. 얼굴은 건강하게 보이고 표정은 자신감으로 채워진다. 사진 속 밝음은 전력 사정을 설명하지도, 생산량을 증명하지도 않는다. 대신 '우리는 전진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압축해 전달한다. 이달 남포시당위원회가 '시당일군경제선동대'를 조직해 건설 현장에서 활동을 벌였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한 것처럼, 경제선동은 북한이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정치적 실천이다. 탄광이 낙후할수록 조명은 더 강해진다. 현실의 어둠이 깊을수록 사진의 빛은 더 밝게 설계된다.
국제사회는 오래전부터 북한 경제를 관찰해 왔다. 핵과 미사일 개발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는 동안 인민경제는 어떤 상태인지를 묻는 것이다. 북한 경제가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의 근거로 자주 등장하는 것이 인공위성 야간사진이다. 남쪽은 환하고 북쪽은 어둡다. 한 장의 사진이 북한 경제 낙후의 상징으로 널리 인용된다. 그러나 그 사진도 하나의 단면일 뿐이다. 야간 위성사진 한 장으로 북한 경제 전체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노동신문의 밝은 탄광 사진으로 북한 경제를 가늠할 수도 없다. 방향만 다를 뿐 두 사진 모두 선택된 현실을 보여준다. 차이가 있다면 이것이다. 위성사진은 있는 빛을 기록한다. 노동신문 사진은 없는 빛을 만들어 넣는다.
두 사진은 서로 정반대의 거리에서 북한 경제를 바라본다. 하나는 수백 킬로미터 상공에서 국가 전체를 내려다보고, 다른 하나는 갱도 안 몇 미터 거리에서 광부의 얼굴을 비춘다. 하나는 너무 멀어서 사람을 잃고, 다른 하나는 너무 가까워서 구조를 잃는다. 어느 한쪽만으로는 북한 경제를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 그러나 둘을 함께 놓으면 흥미로운 질문이 생긴다. 왜 우주에서 본 북한은 어두운데 노동신문 속 탄광은 이토록 밝은가. 그 질문은 사진이 현실을 그대로 비추는 창이 아니라 현실을 선택하고 구성하는 장치라는 사실을 드러낸다.
암울한 경제 지우기 위해 안간힘
최근 북한의 경제 현장 사진은 점점 밝아지고 있다. 실제로 북한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고 보는 연구자들도 있다. 그러나 사진을 통해 본 북한 경제는 나아진 것처럼 보이도록 안간힘을 쓰고 있다. 6월 17일자 노동신문에 실린 식료품 매장 사진을 보면, 밝고 깔끔한 실내에 오렌지색 음료병들이 가득 늘어서 있고 흰 가운의 판매원과 방문객들이 마주 보며 웃고 있다. 그런데 왼쪽 상단 사선 방향에서 강한 빛이 내려온다. 형광등이라면 천장 전체에서 균일하게 퍼져야 한다. 빛의 방향이 다르다. 촬영용 조명 패널을 사선에 배치한 흔적이다. 등장인물 전원이 카메라를 향해 웃고 있고, 실제로 물건을 고르거나 계산하는 사람은 없다. 쇼핑하는 척이다.
신문사 사진기자가 취재 현장에서 스탠드형 조명을 별도로 설치하는 일은 흔하지 않다. 피사체를 일상과 평범함에서 분리해 특별하게 보이도록 하려는 의도가 있을 때 그렇게 한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인물 사진과 스튜디오 조명 아래 찍은 사진이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와 같다. 북한 경제 현장 사진이 밝고 희망차 보이는 데는 이런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다. 단순히 희망적인 소재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소재 자체를 특별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그 수고로움도 만만치 않다. 조명 세트를 들고 어두운 막장 안까지 들어가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런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김정은이 '세기적 낙후성'이라 부른 그 현장에서 카메라맨은 조명으로 어둠을 지웠다. 그리고 암울한 경제의 현재도 지우고 싶었을 것이다.

사진설명 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일 "검덕광업연합기업소 노동자들이 광물 증산 투쟁에 주력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노동신문 뉴스1

사진설명 2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7일 천성청년탄광 광부들이 연간 생산계획을 4개월 이상 앞당겨 달성할 것을 결의했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 뉴스1

사진설명 3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9일 "당 중앙위원회 제9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 석탄공업을 추켜세우며 전국의 탄광마을을 현대적으로 개변시킬 데 대한 결정이 채택된 소식은 지금 이 시각도 거대한 충격으로 탄부들의 가슴가슴을 세차게 흔들어주고 있다"며 2.8 직동청년탄광을 조명했다. 노동신문 뉴스1
변영욱 동아일보 사진부 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