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회의 자료

제목제17회 한중일 연례 심포지엄-변화하는 한반도 안보 정세와 동북아 한중일 협력-제1세션

북미관계 변화와 한반도 정세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


2018년 2월 평창 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오며 북·미 사이에 비핵화 협상과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 정세의 변화에 커다란 변화를 불러왔다. 2018년 이후 현재까지 다섯 차례의 시진핑-김정은 회담,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 세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 및 한 차례의 남·북·미 최고 지도자의 만남이 성사되며 역내 주요국가들 간에 한반도 정세가 논의되었다.


최근까지의 북미관계와 한반도 정세는 많은 굴곡이 나타났으며, 관련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북미관계의 변화와 한반도 정세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우선 북한 ‘시계추 외교(Pendulum diplomacy)’와 미·중의 전략적 경쟁이라는 두 가지의 요인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먼저 북한은 과거 냉전 시기 경쟁하고 갈등하던 중국과 소련 사이에서 실행했던 특유의 ‘시계추 외교’를 미·중의 전략적 경쟁구도 하에서 다시금 펼치며 김정은 체제의 생존과 이익의 확대를 추구하고 있다. 과거 중·소 사이에서 보여준 북한의 ‘시계추 외교’는 강대국 사이에서 기계적인 ‘균형’ 또는 ‘중립’의 위치를 찾아가는 외교가 아니다. 북한의 ‘시계추 외교’는 두 강대국 사이에서 중립이나 균형이 아닌 ‘기울기’가 분명히 나타나며, 이를 통해 자국의 이익을 실현시키거나 확대하고자 하는 신중하고 과감한 외교이다. 물론 냉전시기와 21세기의 북한 ‘시계추 외교’의 대외환경은 구조적으로 차이가 있지만 최근 미·중사이의 역내 전략적 경쟁 구도는 북한으로 하여금 ‘시계추 외교’를 다시금 실행할 대외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미중의 전략적 경쟁을 살펴본다면 미국 對中정책의 방향성은 크게 ①중국 부상의 좌절 유도, ②중국 부상의 속도 조절 및 지연, ③중국 부상의 이익 공유 등으로 구분될 수 있다. 현재 미국은 ‘①중국 부상의 좌절 유도’를 정책적 목표로 중국을 전략적으로 압박하고 있으며, 향후로도 한동안 이를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對美정책의 방향성은 크게 ①미국과의 장기적인 협력과 갈등의 관리, ②미국과의 제도적 협력, ③미·중 패권 충돌 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 현재 중국은 ‘① 미국과의 장기적인 협력과 갈등의 관리,’ 즉 미·중 간 협력과 갈등 관계의 장기화를 통해 원만한 미중관계의 회복과 자국의 지속적인 발전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향후 북미관계와 한반도 정세를 북한의 ‘시계추 외교’와 미중의 전략적 경쟁 구도를 중심으로 살펴본다면 ①미·중 간의 장기적인 협력과 갈등 구도 하에서 북한의 시계추 외교 실행 및 북·미 핵 협상의 장기화와 갈등 지속, ② 중국의 미국에 대한 제도적 협력 구도 하에서 미국 주도의 북미 비핵화 협상과 프로세스의 진전, ③ 미·중 패권 충돌 구도 하에서 북한이 ‘시계추 외교’를 통해 핵무기 보유의 인정을 모색하는 세 가지의 시나리오를 전망해 볼 수 있다. 또한 국제사회가 공유하는 가치인 핵의 비확산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동북아 지역공동체의 의식과 가치 확립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한·미·일의 논의와 협력이 필요한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