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회의 자료

제목34차 한미 국제안보학술회의-2-2 남북한 관계에서 중국의 역할

제2발제: “남북한 관계에서 중국의 역할”
고든 창(Mr. Gordon Chang), Forbes.com


작년에 세계적으로 커다란 지정학적 문제의 하나가 해소되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분석가들은 중국이 과연 북한에 대해 얼마만큼의 통제력을 지니고 있는지를 평가하려고 노력해왔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국이 북한에 대해 그다지 큰 영향력을 갖고 있지 않다는 중국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는 지난 2017년 4월 마라 라고에서 열렸던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이 트럼프에게 말했던 바와도 같다. 트럼프 대통령도 공개적으로 이에 동의했다. 중국의 입장은 물론 그럴 듯해 보인다. 사실 천년 동안 중국과 한국은 싸워왔다. 천년 동안 양국 국경선은 서로의 우열에 따라 수백 마일씩 밀고 밀리는 변동을 겪어왔다. 그래서 중국이, 한국인들은 우리를 혐오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을 통제할 능력과 여건이 안 된다고 말했을 때, 사람들은 그것을 믿었다.


사람의 감정이 이러한 일에 그다지 큰 작용을 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시진핑은 지난 14개월 동안 두 가지 사실을 과시함으로써 이 문제에 관한 해답을 보여주었다. 그 중 하나는 시진핑이 북한에 영향력을 발휘하고자 했을 때, 김정은을 중국으로 불러 들였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김정은은 즉각 달려갔다. 작년에 김정은은 3번이나 중국에 갔다. 첫 번째로 작년 3월 말 그는 베이징으로 갔다. 두 번째는 5월초 다롄으로 갔고, 세 번째는 다시 베이징으로 갔다. 세 번째 방중은 6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후였다. 그리고 이것으로 충분치 않았는지, 김정은은 올해 1월 전용열차를 타고 또 다시 베이징에 갔으며, 그곳에서 그의 생일을 지냈다. 도합 4번의 방중이었다.


그러나 시진핑은 북한에 단 한 번도 가지 않았다. 이는 북한이 마치 중국의 봉건적 속국 같은 상황을 보여준다. 한편,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러 싱가포르에 갔을 때, 그는 중국항공사의 점보기를 타고 갔다. 이는 시진핑이, “내가 북한 지도자를 소유하고 있노라” 라는 메시지를 트럼프에게 보내는 것이었다. 이러한 신호를 뒷받침하는 또 다른 사례가 있다. 작년 3월 중국은 시진핑이 김정은 부부에게 준 선물의 사진을 언론에 공개했는데, 그 가격이 자그마치 394,000 달러짜리였다. 이는 마치 시진핑이,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고 중국이 천하를 다스린다는 옛 제국시대의 상황을 재연하는 듯 해보였다. 그 시대에 중국은 한국을 신하로 취급했고, 알현하러 온 속국 영주에게 큰 선물을 하사하는 관례가 있었다. 그리하여 북한은 주체사상을 들먹이며 자신들이 독립적이라고 떠벌리는 반면에 대한민국을 미국의 꼭두각시라고 폄하했지만, 김정은은 작년과 금년에 실제로는 그 자신이 중국의 소유물처럼 보이게끔 행동했다.


오늘날 학자들은 김정은의  대 중국 행보를 조공외교라고 호칭한다. 그러나 중국에 대해 종속국과 같은 태도를 취하는 존재가 북한 뿐만은 아니다. 최근에는 한국도 그리 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17년 10월 말 한국 외교부는 중국 외교부와 매우 중요한 합의를 했는데, 그것은 현재 소위 ‘세 가지 약속’(Three No’s)으로 알려진 합의였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한국은 더 이상 추가적인 사드 도입과 기지 조성을 하지 않겠다. ② 한국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에 합류하지 않겠다. ③ 한국은 미국이 주도하고 일본이 포함된 3국 안보협력에 동참하지 않겠다.


중국과의 이러한 세 가지 합의를 통해서, 한국은 중국이 미국보다 더 중요한 존재라는 신호를 미국에게 보낸 셈이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을 방위하겠다고 공약한 유일한 국가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행정부는, “당신들이 우리를 지켜주겠다는 것은 좋지만, 당신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좋은 도구를 우리 땅에 들여오는 것은 허락할 수 없다”라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것은 참 황당한 일이다. 한국은 스스로를 지키지 않겠다는 것인가? 그리고 더욱 황당한 사실은, 한국이 이러한 합의를 중국과 하면서 사전에 미국과 아무런 상의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 이후 상황은 점입가경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1월 말 시진핑은 문재인에게 생일 축하 카드를 보냈고, 문 대통령은 너무너무 감격해서 이를 온 언론에 떠벌렸다. 그런데 문제는 이 카드가 중국어로 쓰여 졌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외교관례에도 어긋난 일이다. 이에 대한 한국 대통령의 줏대 있는 대응은, 카드의 겉봉투에 “발송자에게 반송할 것. 외교적 통신을 위해서는 한국어를 사용할 것”이라고 써서 되돌려 보냈어야 한다.


그러나 물론, 문 대통령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중국은 최근 더욱 터무니없는 요구를 해왔다. 화천댐의 인공호수 이름은 ‘파로호’인데, 6·25전쟁 당시 이 호수 부근에서 한국군이 중공군을 크게 패퇴시킨 것을 기념해서 이승만 대통령이 명명한 것이다. 그런데 중국은 이 명칭을 바꾸라는 요구를 했던 것이다. 문 대통령은 한국의 제19대 대통령인데, 과거 다른 대통령도 중국의 속국 같은 태도를 보였던 사례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워싱턴과 베이징 사이에 균형을 맞춘다는 명분하에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2015년 9월 3일의 대대적인 천안문 퍼레이드에 참석하여 중국의 홍보행사에 빛을 보태주었다. 그 퍼레이드는 제2차 세계대전 제70주년 전승절 행사였으며, 박 대통령은 그 자리에 가지 말았어야 한다.


우리는 이 모든 사태들에 대하여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우선, 남북한 모두에 대하여 점증하고 있는 중국의 영향력을 두 가지 측면에서 분석해보자. 첫째, 시진핑은 그의 전임자들에 비해 한반도를 포함한 외부에 중국의 위세를 과시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의 전임자들인 장쩌민이나 후진타오는 힘을 과시하는 데 있어서 보다 신중하고 용의주도했다. 그러나 시진핑은 보다 적나라하고 보다 정제되지 않은 상태로 힘을 과시하려 한다.


둘째, 현재 중국은 한반도의 북반부에 엄청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중국의 4대 은행들이 북한의 자산을 도맡아서 주무르고 있다. 이는 물론 유엔제재에 대한 위반이며, 이처럼 큰 은행들이 나섰다는 것은 명백히 중국 통치 시스템에서 공산당 정치국 상임위원회 같은 최고위 기구의 승인 하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증좌이다. 이는 또한 중국이 스스로 이처럼  더러운 사업에 개입하기를 원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리고 오늘 우리가 뉴스에서 들은 것처럼, 북한의 미사일 이동발사대의 부품 전부 또는 대부분은 중국이 공급한 것이다. 


브루스 벡톨 박사가 언급한 바와 같이, 중국은 북한의 고체연료 미사일을 위한 결정적 기술을 제공했다. 북한이 2016년 8월 고체연료 미사일 발사를 처음 시도했을 때 그들은 그 기술을 갖고 있지 못했다. 이 사실에서 우리는 무엇을 깨달을 수 있는가? 북한에 대한 중국의 특출한 통제력과 대한민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 우리가 추론할 수 있는 사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지속되어 온 한반도의 분단은 바로 중국이 바라는 것이라는 점이다. 즉, 중국은 2개의 한국이 한반도의 남북에 나뉘어 존재하는 것이 자국의 국가이익에 유익하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자, 이제 중국의 영향력을 제한할 수 있는 5가지 요소들에 관해서 살펴보자. 첫째, 김정은과 문재인은 한반도 통일이라는 정책적 목표를 서로 공유하고 있다. 김정은은 전체주의적 통일을 원하고 있으며, 이는 시진핑도 원하는 것이다. 시진핑이 현재 중국을 권위주의적 체제로부터 전체주의적 체제로 탈바꿈시키고 있는 사실을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그러나 중국에게는 불행하게도, 중국이 한반도의 분단을 계속 바라고 있는 반면에 김정은의 생각은 이와 달리 통일에 천착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통일을 갈망하고 있으므로, 결국 통일을 지향하는 남북의 두 지도자는 중국이 계속해서 분단을 원하는 한 중국을 장애물로 여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둘째, 김정은은 궁핍한 북한을 계속해서 공포정치로 통치하려 하는데, 그 과정에서 중국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여길 것이다. 김정은은 주체사상에 의한 한반도 통일과 주한미군의 철수가 이루어지는 그날까지 주민들로 하여금 궁핍과 고난을 참고 견뎌내라고 선전하는데, 중국이 북한과 대한민국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고 분단 지속적인 정책을 취한다면 당연히 이에 저항할 것이다.


셋째, 중국의 남북한에 대한 영향력 자체는 제3국들에 의해서 제한받을 수 있다. 즉, 미국이나 러시아가 남북한과 교류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영향력과 역할은 불가피하게 축소되거나 변질될 수밖에 없다. 지난 4월 김정은이 블라디보스토크로 가서 푸틴을 만난 사례는 이 점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다. 두 사람은 이때 처음 만났는데, 이 만남은 북한이 러시아를 통해 중국과의 사이에 일종의 세력균형을 도모하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북한의 전통적인 외교행태의 하나이다. 김정은의 아버지나 할아버지도 같은 일을 벌였다. 그러나 이번에 푸틴은 다른 사안에 초점을 맞추느라 김정은에게 그다지 협조적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은 앞으로도 거듭거듭 러시아에 선을 대려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며, 이는 결국 중국의 이해관계를 그만큼 갉아먹게 만들 것이다.


한편, 사람들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들여다보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가늠하려고 한다. 한 가지 해석은,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베이징으로부터 좀 떨어트리려 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는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는 북한을 비핵화보다도 봉쇄 내지 고립이라는 관점에서 다루려고 한 것이 아닌가 하는 해석에 가깝다. 제가 흥미롭게 본 다른 사건은, 작년 3월 김정은을 만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가 백악관을 방문한 한국 특사 두 사람이 배석한 자리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같은 달, 김정은은 베이징에 불려가서 시진핑과 만났다. 그러나 이 두 사건에 상관관계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넷째, 분명히 현재 평양에서는 모종의 정치적 소란이 일어나고 있다. 5명의 고위공직자가 처형됐다는 보도도 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그러나 5명이 처형됐건 아니건, 북한 심장부에 동요가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리고 김씨 왕조 내에서 동요가 있을 때면 언제나 외부로부터의 영향력은 축소되곤 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이 중국의 영향력 감소에 기여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섯째, 현재 중국은 스스로 다소의 영향력 제한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지금 세계로부터도 자신을 차단하려고 한다. 우리는 여러 경우에서 이러한 현상을 볼 수 있는데, 중국은 마치 누에가 스스로를 고치로 감싸는 듯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일종의 ‘유동성 축소’(less mobile)라고 호칭한다. 즉, 중국은 지금까지의 대외적 역동성을 축소하고 일종의 근신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 격언은 이러한 현상을 “누에가 고치를 짓는다”라고 표현한다. 여하튼 현재 중국의 이러한 대외적 입장은 세계 모든 지역에서 스스로 영향력을 제한하는 것으로, 당연히 한반도에 대해서도 그러하다.


끝으로 한 가지 첨언할 것은, 우리가 북한 비핵화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거론할 때마다 중국은 “우리는 북한에 대해 별다른 지렛대를 가지고 있지 않다”라고 말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금년의 경우만 놓고 보더라도, 중국이 북한에 대해 과시한 영향력은 대단했다. 그래서 북한이 핵 문제를 두고 관련국들 사이에 이간질을 하려고 했던 행태들은, 뒤집어보면 결국 중국이 저지른 이간질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은 중국의 사주에 놀아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북한의 위협을 중국의 위협으로 간주해야만 한다. 따라서 이러한 중·북간의 관계를 감안할 때, 우리의 정책은 좀 더 강압적이어야 하되, 단순히 북한에 대해서만이 아니고 중국에 대해서도 동시에 완강해야 한다. 왜냐하면, 중국은 의지만 있다면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충분한 힘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