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회의 자료

제목제17회 한중일 연례 심포지엄-변화하는 한반도 안보정세와 동북아 한중일 협력-제2세션

도전적인 환경 속에서의 중일한 협력


지즈예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 고급 고문)


올해로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 일본 아사히신문, 한국의 동아일보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포럼이 17회째를 맞이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포럼에 세 번째로 참여하게 되는데, 3국 관계가 때때로 변하고 회의 개최에 여러 어려움을 만나기도 하였지만 우리는 어김없이 회의를 개최하여 왔다. 바로 이 자체가 학자와 언론인으로서 3국 관계의 건강한 발전을 추진하겠다는 강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생각과 의견을 솔직하게 나눔으로써 각 분야에서의 3국 협력에 긍정적 역할을 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이 자리를 빌려 일본과 한국의 협력 기관에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두 기관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포럼이 계속 발전해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하며, 올해 포럼에서 논의된 성과들도 3국 협력의 심화 발전을 촉진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1. 
중일한 협력은 1999년부터 시작되었다. 지난 20년 동안 중일한 사이의 무역액은 1300억 달러에서 7200억 달러로 늘어났으며, 중국은 일본과 한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가 되었으며, 일본과 한국은 각각 중국의 2위와 3위의 무역파트너가 되었다. 중국이 개혁개방 40 여 년 동안 이룩한, 세계가 놀랄만한 성과는 일본 및 한국의 적극적인 참여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본과 한국도 1998년과 2008년, 두 차례의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경제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왔는데, 이는 또한 두 나라가 중국과 경제무역 협력을 계속 확대발전 시켜 온 것과 직접적 관련이 있다. 두 나라 모두 중국의 개혁개방 과정에서 수혜를 입었다고 할 수 있다.


올해 8월 21일 3국 외교장관회의 이후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인 왕이 부장은 3국이 미래 경제의 협력과 혁신에 대해 합의하였다고 밝혔다. 제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변혁에 직면하여 중요 제조업 및 혁신 대국으로서 중일한은 기회를 살려 협력의 잠재력을 발굴하고 협력 분야를 개척하기로 하였으며, 2020년을 혁신협력의 해로 정하고 “중일한 협력 미래 10년 전망” 제정에 대해서도 합의하였다고 밝혔다. 중일한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될 협력 혁신의 이익공동체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8월 24일 12회 중국 – 동북아 박람회에서 제1회 중일한 기업가 서밋이 지린성 창춘시에서 개최되었는데, “5G 시대 중소기업 발전의 기회”를 주제로 3국은 5G 기술 협력, 헬스 산업 발전, 중일한 FTA 창설 등의 의제에 대해 논의하고, 3국이 집단 지성을 발휘하여 혁신 시대의 개척자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우리 세 나라의 양자 관계에 많은 문제와 갈등이 존재하지만, 인적 문화적 교류에서는 심각한 타격을 받지는 않아서, 3국의 인적 교류 규모는 2800만 명을 돌파하였다. 금년 8월 3국 외교장관 회의에서도 인문 교류 강화에 대해 합의하였다. 3국은 또 하계 올림픽과 동계 올림픽을 연이어 개최하는 것을 계기로 올림픽 협력 대화를 추진하고 ‘캠퍼스 아시아’ 및 ‘동아시아 문화 도시’ 등 교류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함으로써 조화롭게 공존하는 동양 문명의 이념을 세계에 발신하자는 데에 동의하였다. 8월24~29일 제27회 중일한 주니어 종합경기대회가 후난성 창사에서 개최되었다. 천 여 명에 가까운 선수들이 육상, 핸드볼, 축구 등 10여 개종목에 참여하였다. 이 대회는 1993년부터 지금까지 중단 없이 3국이 번갈아 가며 개최해 온 청소년 스포츠 경기이다. 이 대회가 지속적으로 개최된다는 점이 3국의 민간 교류, 특히 청소년 교류의 기반이 탄탄하다는 점을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중일한 3국은 세계적으로 경제적 영향력이 매우 큰 나라들이다. 경제의 총 규모나 대외무역규모, 대외투자규모 면에서 3국의 총 합계 규모가 세계 경제총량, 무역총량, 대외투자 총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20%에 달한다. 리커창 총리는 2018년  중일한 정상회담에서 중일한은 아시아에서 선도적인 발전 국가들로서 3국의 강점을 잘 살려서 ‘중일한 + X’의 새로운 협력 모델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생산능력 협력(Capacity Cooperation), 빈곤퇴치, 재난 관리, 에너지 절약 및 환경 보호 등 분야에서 공동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설비, 기술, 자금, 건설(engineering and construction) 등 분야에서 각자의 우위를 잘 살려 제4국, 나아가 다자 시장을 공동 개척함으로써 이 지역 국가들의 발전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였다.


금년 8월 21일 3국 외교장관 회의에서 3국은 이 지역의 중요한 국가로서 연내에 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RCEP) 협상을 완료하고 중일한 FTA 협상도 가속화하여 동아시아 공동체 건설을 추진해야 한다는 데에 인식을 같이하였으며, 또한 ‘중일한 + X’ 협력 문건을 통과시키고 3국의 합의를 기반으로 다른 나라와 호혜 협력을 모색하여 공동의 발전을 촉진하자는 데에 합의하였다고 밝혔다. 그날 저녁 일본 외무성 사이토 준(斋藤純) 부대변인은 주중 일본대사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세 분의 외무장관께서는 금년 내에 높은 수준의 RCEP 협상 완료를 추진하고 중일한 FTA 협상을 가속하기로 하셨다”고 밝히고, “3국은 그 누구라도 양자 문제를 3자 협력에 끌어들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하였다고 밝힌 바 있다.


중일한 3국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는 데 있어서 공동의 이익과 니즈가 있으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 추진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있다. 올해 3국 외교장관 회담에서는 한반도 정세의 최근 변화에 대해 3국이 지속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한반도에 나타난 소중한 대화와 협상의 분위기를 이어 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각국이 마주보고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함으로써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효과적 방법을 모색하여 최종적으로 한반도의 장기적인 안정을 실현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천명하였다. 3국 외교장관 회담에서 왕이 외교부장은 동아시아 협력과 지역 안보를 위해 중일한 3국이 지도적 역할, 안정적 역할, 건설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금년 11월 중일한 정상들은 제8차 정상회담을 가지게 될 것이다. 외교장관 회담에서 나온 소식들을 보면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일련의 성과들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일한 +X’ 협력 문건의 조기 수확 프로그램을 확정하게 될 것이다.


2.
그러나, 중일한 3국의 협력 추진의 길에는 많은 난관과 어려움이 도처에 가득하기 때문에 협력의 진전을 위해서는 큰 용기를 가지고 함께 단결하여 여러 장애를 극복해 나갈 필요가 있다.

우선, 지금의 국제경제 환경은 3국의 협력에 매우 불리하다. 한 편으로는, 세계 경제의 하방 압력이 큰 상태이다. 무디스는 최신 보고서에서, 2019년과 2020년 세계 경제의 성장률은 2017년과 2018년 대비 0.5% 줄어들어 2.7%이하까지 둔화될 것으로 예측하였다. 미국의 장단기 채권 수익률 역전과 연준의 금리 인하 시작은 미국 경기의 후퇴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영국의 하드 브렉시트 가능성이 커지면서 EU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 상황이며, 영국과 독일이라는, 유럽의 두 주요 국가의 경기가 쇠퇴할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경기 하강은 중일한 경제 협력의 실질적 성과를 억제하고 3국 협력에 대한 믿음을 흔들 수 있다.


다른 한 편으로는, 미국의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주의는 중일한 3국 각각의 대미 무역에 손해를 줄 뿐만 아니라 국제 무역 규칙과 자유무역의 분위기도 심각하게 훼손시킬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일방적으로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면서 도처에서 ‘최대한 압박’을 가함으로써 모든 무역 상대국을 대상으로 대결 정책을 취하고 있다. 중미 무역 갈등은 지구전(持久戰)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는데 결국 두 나라 모두 손실을 보게 될 것이며 누가 끝까지 버티는지는 지켜 봐야 할 것이다.


트럼프 정부의 압박 하에서 2018년 9월 한미는 ‘FTA협정’을 다시 체결하여 더 많은 미국 상품의 한국 시장 진입을 위한 길을 열었다. 미일간 재개된 무역 협상도 곧 결과가 나오겠지만, 결국 일본이 미국 농산물 수입관세를 인하하고 미국은 대일 자동차 및 전자제품 등의 수입관세를 인상함으로써 끝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는 관련 국가들 모두 미국의 논리대로 대미 무역 손실에 대한 보상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본과 한국이 상대방을 서로 ‘무역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였는데 이러한 충돌에서도 미국의 대외무역 강경 태세의 그림자를 볼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일본과 한국 정부에 대중 강경 정책을 받아들이라고 요구함으로써 중일한 협력을 이간시키고 이 지역에서의 군사력 배치 확대를 포함하여 긴장 분위기를 조성할 것이다. 미국은 한국에 사드 배치를 강행하여 중국의 안보 이익을 직접적으로 훼손하였으며 중한 관계에도 심각한 타격을 가져옴으로써 양국 정부의 안보에 있어서의 상호 의구심을 가지게 하고 양국 국민 간의 감정 대립도 조장한 바 있는데, 미국은 사드 배치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마찬가지로, 미국은 일본에 X밴드 레이다의 배치를 확대할 예정인데 이는 주로 중국을 겨냥한 것이기 때문에 중국은 필연적으로 일본에 강력한 불만을 표시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금년 8월 초 INF 조약에서 공식 탈퇴하였다. 이는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하여 동아시아에 중단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려는 의도임이 명확하다. 워싱턴은 조만간 도쿄 및 서울과 중거리 미사일을 일본 및 한국에 배치하는 문제를 ‘논의’하려고 할 것이다. 안보에 있어서 대미 의존도가 매우 높은 동맹국으로서 일본과 한국은 워싱턴의 회유와 압박을 당해내기 어렵겠지만, 미국이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게 되면 중국은 강력한 불만 제기와 단호한 대항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3국의 안보와 방위는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


양국 관계 사이의 민감한 문제들도 3국 협력의 장애가 될 것이다. 중일과 한일 사이에는 영토 및 역사 문제가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들은 수시로 양자 관계의 긴장 국면과 국민 간의 감정 대립을 만든다. 최근 일본과 한국의 갈등과 충돌도 바로 이러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독도(다케시마)를 둘러싼 영토 분쟁은 양국의 군사적 대치와 정부간의 설전, 미디어 간의 상호 비방을 가져왔다. 일본 식민 지배 시기의 한국 위안부 문제와 징용자 배상 요구 문제는 다시 양국의 외교적 마찰로 이어져, 일본이 먼저 한국 전자 기업에 대한 부품 판매를 제한하였고 이어서 양국은 서로 상대방을 무역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고 결국에는 한국의 GSOMIA 중단 조치까지 불러왔다. 한일 간의 이러한 갈등과 충돌은 역내 긴장 분위기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중일한 협력의 지난 20년 동안 이러한 요인들로 3국간 양자 관계는 좋아졌다 나빠졌다 하며 이어지다가 또 끊어지는 관계를 반복하면서 중요한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3국 국민과 지도자들이 상황을 고려하면서 양자간 긴장 관계를 정상 궤도로 돌려 놓으며 발전시켜 온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3.
금년 중일한 외교장관 회의에서 우리는 희망을 볼 수 있었다. 중국국무위원 겸 외교장관인 왕이 부장은 회의를 마치고 ‘매우 성공적’이라고 이번 회담을 평가하였다. 현재의 국제 및 지역 정세가 매우 복잡한 상황이지만 중일한 3국 협력은 지역의 평화와 안정 수호, 그리고 경제 발전에 매우 중요한 역할과 의미를 가지고 있으므로, 3국은 ‘양자 관계를 3자 협력으로 끌어들이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면서 3국 협력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첫째, 영토, 역사, 안보 등 양자 관계에서 드러나는 문제들은 양자간의 정치적 해결의 틀 내에서 통제하고 3국의 경제 및 인문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중일한 8차 정상 회담이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함으로써 동아시아 민족의 평화 추구에 대한 강한 희망과 복잡한 일을 다루어 나가는 큰 지혜를 세계에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
둘째, ‘중일한 + X’ 협력 문건의 서명과 이행을 통해 3국 협력을 이끌 수 있는 제4국 진출 프로젝트 발굴과 조기 수확 실현을 모색해야 한다.
셋째, 중일한 FTA 협상을 가속화하여 돌파구를 마련함으로써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주의로 받게 될 각국의 손실을 상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중일한 + 아세안 +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인도가 연내에 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RCEP)을 체결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해 나가야 한다.
다섯째, 2020년 중일한 3국 혁신 협력의 해를 통해 빅데이터, 인공지능, 5G 등에서의 협력 분야를 개척해 나가야 한다.
여섯째, 올림픽 정신에 따라 2020년 도쿄 올림픽과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통해 3국간 민간 교류를 촉진하도록 노력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