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정 국가대전략 월례강좌

제목제30회 강좌-김학준 단국대 석좌교수
-제30회 화정 국가대전략 월례강좌

-북한의 핵 보유와 한반도 신냉전

-김학준 단국대 석좌교수

-2020년 1월 20일(월) 오후 2시 30분, 한국프레스센터 20층 내셔널프레스클럽


2020년 1월 20일 한국프레스센터 20층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열린 제 30회 화정국가대전략 월례강좌에서 김학준 단국대 석좌교수가 '북한의 핵 보유와 한반도 신냉전'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사진 동아일보 김동주기자)

▣ 동아일보 2020년 1월 21일 A8면



김학준 단국대 석좌교수 “남북대화, 능멸 당하며 하는게 바람직한가”


“정부는 ‘통일의 문을 열겠다’는 대전제를 두고 대북·대미·대중 정책을 세웠던 것 같다. 그 전제가 성립되기 어려워진 만큼 지금이라도 새로운 구상을 해야 한다.”


김학준 단국대 석좌교수(사진)는 2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이사장 남시욱)가 개최한 제30회 화정국가대전략 월례강좌에서 “정부가 북한 문제에 환상적이거나 낭만적으로 대응하면 안 된다. 북핵 심각성에 대한 인식을 철저히 하고 현실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 핵개발을 저지시키기엔 너무나 어려운 단계에 도달했다”며 대북 및 비핵화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김 교수는 북한 개별관광 등 남북 협력 강화에 대해서도 “남북 대화를 차단하자는 건 아니지만 능멸을 당해가면서까지 해 가는 게 바람직한지 모르겠다. 한의) 기만 올려주는 것 아닌가 하는 염려가 든다”고 했다.


 다만 “비핵화 협상에 한국이 더 적극적으로 직접 뛰어들 필요가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김 교수는 북핵 협상이 올해 소강 상태에 접어들 것이란 분석도 내놓았다. 그는 1980년 주이란 미국대사관에 인질로 붙잡혔던 외교관들을 구출하려다 실패한 뒤 재선에 실패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예를 들며 “재선 가능성이 높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 된 밥에 코 빠뜨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공세적 접근은 조심스러워할 것”이라며 “미 대선이 끝나기 전까진 극적인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 주간동아 1224호(26~27페이지)


"능멸까지 당하면서 남북대화? 핵 심각성 깨달아야"


“북핵의 위험성과 심각성을 국정의 제1과제로 삼아 철저히 대응해야 한다. 북핵은 북미 사이에서 해결하고 우리는 남북관계 개선을 추진하는 생각은 맞지 않다.”


김학준 단국대 석좌교수(사진)는 동아일보사 부설 화정평화재단 21세기평화연구소(이사장 남시욱)가 1월 20일 ‘북한의 핵 보유와 한반도 신냉전’을 주제로 개최한 제30회 화정 국가대전략 월례강좌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교수는 “남북대화를 하지 말자고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능멸을 당하면서 대화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음은 강연 주요 내용.


리가학파 vs 얄타학파

북한 핵문제는 우리 모두에게 생사가 달려있는 문제다. 북핵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2차 대전 이후 공산주의 국가와 자유주의 국가 사이에 어떤 갈등과 전쟁, 대화가 있었는지 볼 필요가 있다.


소련이 세워진 뒤 서방세계에서는 공산국가 소련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에 대해 첨예한 논쟁이 있었다. 라트비아 수도 리가 주재 미국 공사관에 근무하던 조지 케넌은 오로지 힘에 의해서 공산주의를 철저하게 봉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리가학파’라고 한다.


반면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소련도 대화와 협상을 할 수 있는 대상으로 여겼다. 2차 대전 당시 옛 소련 크림반도의 휴양도시 얄타에서 회담을 가진 것도 그런 이유다. 이런 생각을 따르는 사람들을 ‘얄타학파’라 부른다. 미국의 대외정책은 리가학파와 얄타학파의 교차였다.


1975년 여름 핀란드 헬싱키에서는 유럽안보협력회의가 열려 ‘헬싱키 프로세스’라는 합의안을 도출했다.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유럽의 현상을 인정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서방 세계의 정보를 공산국가에 유입시킬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훗날 레이건의 소련 붕괴전략과 맞물려 공산권이 무너지는 계기가 됐다. 이때 소련이 보유한 핵무기는 아무 쓸모가 없었다.


대체적으로 미국 민주당 집권하면 얄타학파적이었고 공화당이 집권하면 리가학파적 정책이 많았다. 북한이 제네바 협정 파기를 선언하자 미국도 ‘레짐 체인지’ 쪽으로 정책 방향이 바뀌었다. 현재 북한 핵개발을 멈추게 할 단계는 지났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전략적 모호성을 말했지만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오늘날 북한이 핵탄두를 50~70기정도 확보했다는 것이 통설이다. 여기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확보했다. 핵무기 소형화와 경량화도 달성해 미국 서부 도시까지 타격이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때는 헬싱키 프로세스를 한반도에 적용해보자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무엇보다 북한에 정보를 유입시키려는 정부의 의지가 없어 한계에 부딪쳤다. 쿠바미사일 위기 해결방식처럼 북한 체제 존속을 인정하는 대신 서로 군사적 위협이 되는 것을 제거하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주한미군 철수도 포함돼 있어 우리로서는 허용할 수 없는 것이었다.


금년 북핵 해결 진전 어려울 것

남는 방법 중 하나가 북한을 고사시키는 것이다. 현재 미국이 유엔을 통해 취하고 있는 제재다. 김정은에게 들어가는 외화를 차단하는 것이다. 실제 김정은은 올해 신년사를 발표 못했고 로동신문에선 ‘국가의 쌀독이 비면’이란 말을 했다. 북한 경제가 극도의 어려움에 빠져 있음을 유추하게 해주는 것이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북한은 우리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너희는 상대 않겠다, 빠져라’라고 모욕과 능멸을 일삼는다. 이는 북한이 원하는 시간에 핵무기를 탑재한 ICBM을 발사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오는 것이다. 북한은 최종적으로는 핵보유국으로 묵인되는 것을 바랄 것이다.


우리 정부 지도자들이 북한 핵이 제기하는 문제의 심각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통일이 되면 북핵은 우리 것, 설마 우리를 향해 쏘겠어, 차차 풀어 나가자’ 등의 발상은 매우 위험하다. 북핵의 위험성과 심각성을 국정의 제1과제로 삼아 철저히 대응해야 한다. 북핵은 북미 사이에서 해결하고 우리는 남북관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생각은 적절히 않다. 북한 비핵화에 우리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

 

최근 미국의 군사적 움직임이 굉장히 구체적이고 활발하다. 김정은 참수 작전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 하는 추론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트럼프는 군사 옵션을 잘못 쓰면 재선 길이 막힐 수 있음을 잘 안다. 따라서 굉장히 조심하리라고 본다. 올해 선거 전에 북핵 문제에 대해 어떤 극적인 진전은 보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 정부는 심각성 깨달아야 한다. 어렵지만 북핵 문제에 대한 여러 의견 차이 간격도 합리적으로 좁혀나가야 한다. 북한은 생래적으로 거짓말하는 사람들이다. 얼마든지 남을 속여도 된다는 심리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남북대화를 하지말자고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능멸을 당하면서 대화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윤융근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 기자 yuny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