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정 국가대전략 월례강좌

제목제1회 강좌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제1회 화정 국가대전략 월례 강좌

-한반도의 위기와 대한민국의 진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동아일보 A8면 (2017년 7월 14일자) 보도


▣ 동아일보 2017년 7월 14일 A8면


반기문 “안보엔 두번 없어… 사드 조속 배치를”

“빠른 시일 안에 국내 적법 절차를 끝내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완료해야 합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13일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이사장 남시욱) 주최로 열린 ‘제1회 화정 국가대전략 월례 강좌’에서 사드 조기 배치 입장을 거듭 밝혔다. 반 전 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주요 국가 정상들과 일련의 회담을 갖고 좋은 성과를 거뒀다”면서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 협의 과정에서 사드 문제에 대해 깨끗이 합의 보지 못한 건 유감”이라고 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문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핵 포기 안 하면 더 강한 제재를 피할 수 없다’고 했는데 시의적절한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현행 대북제재를 폭과 깊이에서 더욱 강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독자적이고 성급한 대화나 교류 추진은 위험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며 “국제 공조에 입각해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신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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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donga.com/3/all/20170714/85349987/1#csidx19fb5367aabde9b82837b33dddb242c



반기문 “재임중 방북기회 3번 취소돼 안타까워”

[제1회 化汀 국가대전략 월례 강좌] 반기문 “오늘(13일) 강연통해 인생 3막 시작” “다음 대선? 내 나이가 얼만데… 젊은이에게 희망 주는 일 하고싶어”

 “수천 번 강연하고 연설을 했는데 오늘처럼 긴장되는 건 처음입니다. 이제 영구 귀국했습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73)은 13일 화정평화재단 강연을 시작하며 이렇게 ‘신고’를 했다. 그는 지난 대선 불출마 선언 뒤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대 초빙교수로 3개월여를 지내고 5일 귀국했다. 반 전 총장은 “이 강연이 귀국 첫 행사”라면서 “4월부터 하버드대에서 2막을 보냈고, 인생 3막을 오늘 이 강연을 통해 시작한다”며 활짝 웃었다.

반 전 총장은 36년간의 외교관 생활과 10년 동안 유엔을 이끈 경험을 바탕으로 이날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는 한반도와 국제 정세에 대해 깊이 있고, 솔직한 의견을 밝혔다. 특히 유엔 사무총장 시절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방북이 끝내 결실을 보지 못한 것에 큰 아쉬움을 나타냈다. 반 전 총장은 “방북할 기회가 3번 있었지만 모두 취소된 쓰라린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은 유엔 문제이기 전에 저의 문제, 우리의 문제”라면서 “기여를 하지 못한 것에 스스로도 안타깝고 송구스럽다”고 했다.

질의응답 시간에 동아일보 신석호 국제부장이 ‘차기 대선 출마 여부’를 묻자 객석에선 웃음이 터졌고, 반 전 총장도 미소를 지었다. 그는 “하나마나한 말씀(질문)이다. 정치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5년 뒤 내 나이가 얼만데…”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어 반 전 총장의 모교 후배인 충주고 학생이 질의에 앞서 “그럼 충주고 출신 대통령은 제가 당선되면 배출되는 것으로 알겠다”고 농담을 던져 객석을 다시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반 전 총장은 귀국 후 연세대 글로벌사회공헌원 명예원장을 맡아 신촌캠퍼스로 출근하고 있다. 글로벌사회공헌원은 선교와 봉사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반 전 총장은 “남을 더 잘 볼 수 있고, 세계를 잘 볼 수 있다”며 젊은이들이 국외에서 많은 경험을 쌓을 것을 조언했다. 이어 “전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무엇을 하는 게 적당하냐’고 봤을 때 ‘정치는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때 20일 만에 (대선 출마를)포기한 것”이라며 “우리 국민의 세계 시민 정신을 함양시키는 일, 젊은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1회 化汀 국가대전략 월례 강좌]반기문 前유엔 사무총장 ‘한반도 위기와 대한민국의 진로’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까지 문재인 대통령의 숨 가쁜 해외 순방이 마무리됐다. 양자회담과 다자외교 무대 데뷔에 대한 호평이 나왔지만 회담의 후속 조치가 대거 예정돼 있는 데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 수위가 높아지고 있어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현 연세대 글로벌사회공헌원 명예원장)은 13일 “문 대통령께서 안보 공백을 메우고 초석을 깔았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 나가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대한민국이 처한 안보 우려는 현재진행형”이라고 진단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이사장 남시욱·소장 한기흥)가 ‘한반도 위기와 대한민국의 진로’를 주제로 개최한 제1회 화정국가대전략 월례 강좌에서 유엔 활동 경험을 토대로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다양한 해법을 제시했다. 또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 외교가 가야 할 길도 모색했다.

○ “안보엔 두 번 없다…사드 조속히 완료해야” 

미국 하버드대 연구생활을 마치고 귀국 후 첫 공개 강연에 나선 반 전 총장은 “제 소견은 명확하다”며 ‘조속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국내법 절차를 준수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동맹 간 안보 합의사항을 일방적으로 유예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더 이상 시간을 끄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 정치적 문제나 법은 재조정할 수 있지만 안보는 한 번 안 되면 끝이다. 두 번이 없다”고 역설했다. 

중국 지도부와의 공식·비공식 접촉을 통해 사드 배치 입장을 개진해 온 사실도 새롭게 공개했다. 반 전 총장은 “사드 배치는 한미동맹을 튼튼하게 하는 하위 개념”이라고 언급한 뒤 “중국 최고위층과 공·사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현재 공식 직함은 없지만 사드 문제에 대해 중국 측에 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비공식적으로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지난달 2일 ‘사드 보고 누락’ 논란으로 외교 홍역을 치르던 문 대통령과의 오찬 회동 당시 오고 간 대화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 “한반도 평화, 유일한 미중 협치점” 

반 전 총장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강력한 대북제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북제재는 하고 싶어서 하는 것도, 하기 싫다고 해서 하지 않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운을 뗀 반 전 총장은 “제재 이후 국면에선 특히 중국과 러시아가 제재 결의 이행에 동참할 때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가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新)냉전 구도가 도래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반 전 총장은 “지금은 논의할 때가 아니다. 그런 시각은 경계해야 한다”고 단호히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한반도 안보는 어디까지나 한미동맹 관계를 기축으로 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미국과 중국의 아시아태평양지역 패권 경쟁 속에서도 북핵 문제는 “한국이 주도권을 잡고 두 나라와 긴밀히 협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 전 총장은 “미중이 전략적 합치를 볼 수 있는 분야가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평화”라며 “미중 사이에서 잘 설득해 중국이 좀 더 북한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외교적 전략을 취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 “성급한 대화 교류 안 돼”  
반 전 총장은 “10년간의 유엔 사무총장 경험에 비춰 대화는 어떤 경우에도 필요하다”면서도 “독자적이고 성급한 대화·교류 추진은 다분히 위험요소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잇따른 북한의 도발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선제적 군사조치를 취할 가능성에 대해선 외교적으로 재앙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북제재안 채택을 위해 북한에 대한 외교적 압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되 순수한 인도적 지원 등으로 북한과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당부도 했다. 

개성공단 재개에 대해 반 전 총장은 “현금이 바로 유용될 수 있는 구석도 있고 유엔 안보리의 7개 대북제재 결의안과 상충된다”며 “성급히 (재개를) 논의할 일이 아니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신진우 기자·문예슬 인턴기자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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