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정 국가대전략 월례강좌

제목제9회 강좌 -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
-제9회 화정 국가대전략 월례 강좌

-한미 군사동맹과 한반도 평화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

-동아일보 A6면 (2018년 3월 21일자), 주간동아 No.1131 보도




▣ 동아일보  2018년 3월 21일 A6


“한미훈련 더 세게 해야 대북협상 유리”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이란 협상을 앞두고 있다면 한미 연합훈련 규모를 축소할 게 아니라 오히려 더 강하게 진행해야 한다. 그래야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은 20일 군 당국이 다음 달부터 시작될 한미 연합훈련 기간을 단축해 실시한다고 발표한 데 대해 이처럼 비판했다. 한미와의 정상회담 의사를 표명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예년 수준으로 (훈련을) 하는 것을 이해한다”고 밝힌 마당에 우리가 나서서 훈련 축소에 나설 필요까지는 없었다는 것이다.

김 전 장관은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이사장 남시욱)가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제9회 화정 국가대전략 월례강좌 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 당시 합참의장과 국방부 장관을 지냈으며 장관 재임 당시 천안함 폭침 등 북한의 각종 도발에 맞서 대응을 지휘했다.

‘한미 군사동맹과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열린 강좌에서 김 전 장관은 “북한은 이미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수세에 몰려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군사훈련으로 더 강하게 밀어붙여 북한이 협상(회담)에서 한미동맹이 꺼내들 비핵화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북한의 핵·미사일이 체제 보장용이 아니라 남한 타격용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5일 우리 대북특사단에 “핵무기와 재래식 무기를 남측을 향해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에 의구심을 제기한 것. 김 전 장관은 “북한이 세계 최강의 군사강국인 미국을 직접 겨냥하겠느냐”고 반문한 뒤 “북한은 남한을 향한 핵미사일을 오래전 개발해 놓은 상태”라고 했다.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로 거론되는 북-미 간 평화협정 체결에 대해서는 ‘선(先)조치 후(後)서명’ 원칙을 강조했다. “협정서라는 종잇장에 서명하는 것으로 평화가 보장되지 않는다”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허용 등 북한 비핵화에 대한 감시·검증 시스템 마련, 군비 검증체계 확립 등 평화를 보장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한 뒤 맨 마지막에 협정 서명에 들어가야만 진정한 평화와 공존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한 실질적 조치를 취하기 전에 병력 규모 감축과 군 복무기간 단축이 추진되는 것에 대해선 우려를 표했다. 김 전 장관은 북한군이 10년 이상 의무복무를 하는 것을 언급하며 “북한은 프로선수 11명을 축구경기에 투입했는데 우리는 8명만, 그것도 아마추어로 투입하겠다는 격”이라며 군 전력 약화를 경계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원문보기:
http://news.donga.com/3/all/20180321/89197210/1#csidxb90dfe602cd455ba648f7dad144b1f3









▣ 주간동아 2018년 3월 28일 1121호



“한미연합훈련 규모를 축소해 북한이 협상에 나오도록 구걸하는 모양새를 보여서는 안 된다. 우리 스스로 강한 모습을 보여야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은 동아일보사 부설 화정평화재단 · 21세기평화연구소(이사장 남시욱)가 3월 20일 개최한 제9회 화정 국가대전략 월례강좌 ‘한미 군사동맹과 한반도 평화’ 주제 강연에서 평화를 지키려면 강한 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전 장관은 또 “북한이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평화협정을 요구하고 있다. 평화는 종잇장에 서명한다고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평화를 보장할 수 있는 군비 검증 시스템 등 다양한 조치가 충족된 후 협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전 장관 주제 강연의 주요 내용이다.

최근 남북과 한반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에 대해 국민이 굉장히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미래 예측도 어렵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북한이 핵미사일을 완성했다고 주장했는데 갑자기 상황이 뒤집혔다. 북측 대표단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왔고, 올림픽도 성공적으로 끝났다.


평화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


현재 한반도 환경이 아주 복잡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갑작스레 해임하면서 5월 북·미 정상회담이 제대로 진행될지 의구심이 든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집권 연장을 위해 개헌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4번째 대통령직을 수행하게 됐다. 중국은 막강한 경제력을 내세우며 자기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겠다고 공공연히 말한다. 중국군은 과거 수비 전술 위주의 군대를 기동군으로 개편, 공격군대로 변신하고 있다. 최근 서해 중간선을 일방적으로 정해 바다를 포함, 한반도 주변을 장악하려 들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핵·미사일 개발 완성을 주장한다. 북한 헌법 조항에도 핵보유국이라는 말을 넣었다. 선제기습 등 미군이 추가 증원되기 전 남한 전역을 장악하겠다는 적화통일 야욕을 버리지 않고 있다. 

그동안 북한은 장기간 협상을 통해 협약을 체결하고 경제적 이익을 확보한 뒤 다시 야심을 드러내는 양상을 반복했다. 이번 평화 공세도 혹시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현재 북한 핵탄두는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20~60여 개로 추정되며 소형화를 시도 중이다. 북한은 오래전부터 화학무기 2500~3000t, 생물무기 13종을 보유하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목적에 대해 ‘북한 핵·미사일은 국내 정치용이자 체제 보장용’ ‘북한 체제 위협 시 대응수단’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중국 학자들도 “남한이 북한에 대해 적대적 자세를 취하고 한미동맹도 유지되고 있기에 북한이 체제 유지를 위해 핵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북한의 핵 보유는 자위적 목적’이라는 것이다. 국민 가운데 일부는 북한 핵·미사일이 미국 공격용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이는 말이 안 된다. 북한이 과연 세계 최강 군사강국 미국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겠는가. 결국 남한을 향한 핵·미사일로, 이미 오래전 개발 완료됐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주도하며 최고 압박 및 개입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미국과 엇박자를 보이는 양상이다. 우리는 2년 동안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지연으로 안보 혼란을 초래했다. 또한 ‘대북 군사옵션 절대 불가하다’ ‘한반도에서 전쟁은 안 된다’며 동맹국 미국의 옵션을 제한하고 있다. 전술핵 재배치, 자체 핵무장에도 부정적이다. 

우리는 인공위성과 정찰위성 등 북한의 공격 여부를 판단하는 정보 자산이 미미하다. 그래서 미국과 협조가 필수다. 이를 두고 미국에 종속됐다고 표현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이 방어적 조치인데 이 방어적 조치를 강화, 보완하는 것조차 안 하겠다는 쪽으로 이야기한다. 

지금은 안보 위기 상황이다. 그러나 국방부는 국방개혁을 조기에 추진하겠다며 병력을 50만 명으로 줄이려 한다. 군의 소수정예화는 맞는데, 우리 목을 겨냥하는 위기 상황에서 병력을 축소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북한군은 10년 이상 복무하는 프로들이다. 우리가 군 복무기간을 18개월로 줄이면 아마추어 축구선수 8명이 프로선수 11명과 싸우는 것과 다름없다.


한미연합훈련 강화가 대북 협상에 유리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조기 반환 역시 한미연합시스템을 고치겠다는 것인데, 왜 하필 이런 시기인가. 국방부 문민화도 마찬가지다. 국방부는 이미 70% 문민화돼 있다. 국방개혁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전쟁 위기가 가까워지는 시기에 군인을 배제하는 분위기로 가는 건 문제다.

대북제재 분위기에서 대화로 분위기가 급격히 전환되고 있다.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고 정전을 종전으로 바꿔 평화체제를 확립하겠다는 것은 장밋빛 꿈이다. 김정은이 비핵화를 말하지만 이는 한미동맹을 끝내라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결국 우리가 무장해제하고 한미동맹을 해제하면 핵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평화 공세는 핵·미사일 완성을 위한 시간 벌기다. 누구나 평화를 좋아한다. 평화협정은 평화를 보장할 수 있는 완벽한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종이 한 장에 서명하는 것으로 평화가 찾아오는 게 아니다. 

평화를 위한 두 가지 길이 있다. 평화협정에 서명하는 것과 평화를 위해 전쟁 대비태세를 갖추는 것이다. 로마 군사학자 플라비우스 베게티우스 레나투스는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고 했다. 우리나라가 평화를 유지하려면 세 가지 길이 있다. 첫째, 북한 핵·미사일 대응체제를 갖춰야 한다. 둘째, 자주국방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셋째, 한미동맹과 국제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일부는 한미동맹을 강화하면 자주국방 능력이 줄어든다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자주국방과 동맹, 이 두 가지는 한번에 추구해야 할 일이다. 어느 하나를 위해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도 한미연합을 강화하고 대북제재에도 적극 동참해야 한다. 과거사와 별개로 일본과도 안보협력을 긴밀히 하고 상호군수지원협정 등을 만들어가야 한다. 우리가 군사주권 회복을 위해 전작권을 환수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진정한 한반도 평화를 마련하려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핵확산금지조약(NPT) 재가입 등 전쟁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또한 북한 비핵화를 철저히 감시,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완벽한 군비통제 수단까지 강구해야 한다. 군사훈련 기간 상호 방문 등 군비 검증 체계를 확립하고 검증단이 활동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런 것들이 빠진 평화협정은 종잇장에 불과하다. 

올해 한미연합훈련은 미군의 전략자산 참여 최소화 등 규모나 기간이 단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과 평화협상에 앞서 이길 수 있는 위치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더 강하게 훈련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협상에서도 유리하다. 훈련을 줄여 저쪽이 협상에 나오도록 구걸하는 모양새여서는 안 된다. 스스로 강한 모습을 보여야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


윤융근 화정평화재단  ·  21세기평화연구소 기자 yuny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