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포커스
제목“핵 추진 잠수함…한국의 역할과 책임 분수령” [화정인사이트 ⑬]

화정평화재단은 11월 6일 동아닷컴 대회의실에서 ‘APEC이후 핵 잠수함 추진과 동북아 안보 전망’을 주제로 연구위원 간담회를 가졌다. 정구연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재적 연세대 국재대학원 교수,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 정성윤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왼쪽부터) 토론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경주 APEC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핵 잠수함을 추진하고 미국이 즉각 승인하면서 동북아에서 힘의 개편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핵 잠수함 첫 발은 떼었지만 핵 잠수함은 빨라야 2030년 대 후반에 보유하게 된다. 더불어 우리는 전시작전권 환수와 전략 자율성을 키워 글로벌 중추 국가로 나아가려고 한다. 하지만 주변국들의 견제 속에 우리가 어떤 움직임을 보이느냐가 매우 중요하게 되었다.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이사장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는 6일 동아닷컴 대회의실에서 ‘APEC 핵 참수함 추진 이후 안보 정세 전망’을 주제로 연구위원 간담회를 가졌다. 참석자들은 “핵 잠수함 추진 결정은 환영하지만 이제부터가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동북아는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우리 역할을 어디까지 가져가야 할지, 우리 국익에 맞는 장기적이고 정교한 안보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재적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사회를 맡았고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 정성윤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구연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토론에 나섰다.

박재적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



박재적 : 경주 APEC 정상회담이 끝났습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가 요청한 핵 추진 잠수함을 트럼프가 곧바로 승인 했습니다. 굉장한 외교적 성과라고 보입니다. 반갑지만 과연 잘 진행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도 듭니다. 미국은 왜 이렇게 빨리 승인해 주었을까요?
정구연 : 한국이 원했던 것은 핵 추진 원료였습니다. 핵 추진 잠수함 까지는 최소 10년이 걸릴 것이고 이를 운용할 인력도 사실 걱정이 됩니다. 서울에서 열린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도 헤그 세스 미 전쟁장관이 신중한 반응을 보인 것도 한미 합의가 안 된 모습을 대변합니다. 트럼프가 필리 조선소에서 핵 추진 잠수함 건조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우리는 국내 건조 추진을 이야기 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됩니다.
박재적 : 핵연료 잠수함을 위한 핵연료를 받느냐와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는 어떤 연관
이 있을까요.
정구연 :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는 여러 연구 기관에서 논의는 계속하고 있지만 기준이나 농축 수준 등 아직 내부 합의가 안 되어 있습니다. 핵 추진 연료를 받느냐 아니면 직접 처리를 하느냐는 것은 정해진 것이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시작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박재적 : 핵 연료를 받으면 우리가 재처리를 할 공간이 어떻게 생기게 될지 궁금합니다.

정구연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구연 : 기술적인 문제라 그것을 할 수 있는 것과 권한을 주는 문제가 따로 인 것 같습니다. 기술은 시간이 걸리면 할 수 있지만, 권한은 미국 에너지부에서 풀어줄 것이냐가 관건입니다. 미국은 우리 정부의 핵 관련 보안을 문제 삼으며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어 협상까지는 오래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정성윤 : 핵 추진 잠수함 보유 과정에서 우리가 전략적으로 신중하게 평가해야 하는 사항들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핵잠 보유 과정과 이후 우리의 안보 정세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 인가입니다. 첫째, 중장기적으로 핵잠 도미노가 발생하는 등 동북아 군비 경쟁이 지속될 것입니다. 우리의 상황을 보아가며 일본과 대만도 핵잠 보유를 고려할 것이고, 북한도 개발 속도를 가속화할 것입니다. 경제력과 건조 능력 등을 고려할 때 우리가 불리할 게 없어 보입니다. 둘째, 역설적으로 북한 비핵화 이슈가 부각 될 수 있습니다. 최근 안타깝지만 여러 이유로 북한 비핵화에 대한 무관심과 회의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핵잠 보유, 나아가 잠재적 핵 능력 확보가 북핵 억제력을 높이는 상황으로 전개되면, 북한이 핵 능력에 대한 효용을 장기적으로 재평가할 수 있습니다.
정구연 : 트럼프는 한국 원자력 잠수함 승인 뿐 만 아니라 미국에서 핵 실험 재개를 언급했습니다. 크리스토퍼 랜도우 국무부 부장관도 인준 청문회에서 그 이야기를 또 했습니다. 트럼프는 핵 실험 카드를 쓰기 시작했고, 세계적 군비 경쟁과 맞물려 동북아 안보가 좀 더 불안정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듭니다.
박재적 : 한중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미국이 승인을 전격 발표해 굉장히 놀랐습니다. 중국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한국이 어떻게 중국을 설득했는지 궁금합니다.
정성윤 : 핵 추진 잠수함 보유 과정에서 우리가 전략적으로 신중하게 평가해야 하는 사항들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핵잠 보유 과정과 이후 우리의 안보 정세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 인가입니다. 첫째, 중장기적으로 핵잠 도미노가 발생하는 등 동북아 군비 경쟁이 지속될 것입니다. 우리의 상황을 보아가며 일본과 대만도 핵잠 보유를 고려할 것이고, 북한도 개발 속도를 가속화할 것입니다. 경제력과 건조 능력 등을 고려할 때 우리가 불리할 게 없어 보입니다. 둘째, 역설적으로 북한 비핵화 이슈가 부각 될 수 있습니다. 최근 안타깝지만 여러 이유로 북한 비핵화에 대한 무관심과 회의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핵잠 보유, 나아가 잠재적 핵 능력 확보가 북핵 억제력을 높이는 상황으로 전개되면, 북한이 핵 능력에 대한 효용을 장기적으로 재평가할 수 있습니다.
정구연 : 트럼프는 한국 원자력 잠수함 승인 뿐 만 아니라 미국에서 핵 실험 재개를 언급했습니다. 크리스토퍼 랜도우 국무부 부장관도 인준 청문회에서 그 이야기를 또 했습니다. 트럼프는 핵 실험 카드를 쓰기 시작했고, 세계적 군비 경쟁과 맞물려 동북아 안보가 좀 더 불안정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듭니다.
박재적 : 한중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미국이 승인을 전격 발표해 굉장히 놀랐습니다. 중국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한국이 어떻게 중국을 설득했는지 궁금합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
김한권 : 중국에선 원칙론적 비판이 나왔습니다. 한국의 원자력 잠수함 도입이 핵의 비확산 즉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 기준에 맞지 않다는 시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모습은 생각보다는 그렇게 강하지 않았다 라는 평가가 있었습니다.중국은 이 이슈를 장기적 문제로 보는 겁니다. 당장 시작해도 2030년대 후반에야 건조를 마칠 수 있고 운영 체계 습득과 작전에 투입되기까지는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미국 내 군부와 관료, 의회 생각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한미 공동 성명도 합의문도 없으며, 합동 팩트 시트(joint fact sheet)eh 정확한 내용을 모르기 때문에 서둘러 입장을 표명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봅니다. 중국은 한미 원자력 협정 등 추후 상황을 지켜보며 구체적으로 대응할 겁니다. 그렇지만 한국의 원자력 잠수함은 중국의 지역 전략에 영향을 주고 매우 민감한 현안이기에 신경이 쓰일 겁니다.
박재적 : 우리가 중국을 설득한 논리는 무엇일까요?
김한권 : 핵무기로서의 역할이 아니라, 핵을 평화적으로 사용하고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억제력 차원이라는 우리 입장을 먼저 전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중국은 미국 주도하는 한미일 협력의 화살이 북한뿐만 아니라 언제든지 자기들을 향할 수 있는 점을 항상 우려해 왔습니다. 향후 중국은 한국이 어떠한 방식으로 자체적으로 자강을 통해 전략적 자율성 증대를 추구하며 북핵 억지력을 실행하는 것을 지켜볼 겁니다.
미중 전략적 경쟁이 심화될수록 동해는 물론이고 서해에 미 해군 전력 또는 미일 동맹의 해군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과 비교해 본다면 한국이 자체적인 대응 또는 수단으로 서해에서 작전을 펼치는 것에 대해 중국은 세밀한 전략적 손익을 계산할 겁니다. 또한 중국은 한국과 전략적 신뢰를 쌓으면서 이를 통해 가능한 한국을 활용하여 북한을 관리하는 지렛대로서의 역할에 대해서도 계산을 해 볼 것으로 생각됩니다.
박재적 : 지금 북한 반응은 어떨까요? 북한은 ‘비핵화 개꿈 꾸지 말라’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박재적 : 우리가 중국을 설득한 논리는 무엇일까요?
김한권 : 핵무기로서의 역할이 아니라, 핵을 평화적으로 사용하고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억제력 차원이라는 우리 입장을 먼저 전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중국은 미국 주도하는 한미일 협력의 화살이 북한뿐만 아니라 언제든지 자기들을 향할 수 있는 점을 항상 우려해 왔습니다. 향후 중국은 한국이 어떠한 방식으로 자체적으로 자강을 통해 전략적 자율성 증대를 추구하며 북핵 억지력을 실행하는 것을 지켜볼 겁니다.
미중 전략적 경쟁이 심화될수록 동해는 물론이고 서해에 미 해군 전력 또는 미일 동맹의 해군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과 비교해 본다면 한국이 자체적인 대응 또는 수단으로 서해에서 작전을 펼치는 것에 대해 중국은 세밀한 전략적 손익을 계산할 겁니다. 또한 중국은 한국과 전략적 신뢰를 쌓으면서 이를 통해 가능한 한국을 활용하여 북한을 관리하는 지렛대로서의 역할에 대해서도 계산을 해 볼 것으로 생각됩니다.
박재적 : 지금 북한 반응은 어떨까요? 북한은 ‘비핵화 개꿈 꾸지 말라’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정성윤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성윤 : 경주 APEC에 대한 북한의 심정은 불편 그 자체였을 겁니다. 3가지 차원에서 북한의 고심이 깊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북한이 최근 다자외교를 본격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성공적으로 APEC을 마무리함에 따라 한반도 문제 주목도가 남측으로 넘어갔다는 점에서 그리 유쾌하지 않을 것입니다. 둘째, 우리의 핵추진 잠수함 이슈가 부상되었다는 점도 두고두고 북한 지도부의 고민거리가 될 것입니다. 미사일 방어체제가 열세인 북한이 이를 상쇄하기 위해 우리 후방에서 자체 핵잠 능력으로 신속한 2차타격 능력을 확보하려 노력하고 있는데,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행보에 대한 불만도 내심 가득할 것 같습니다. 한미·미중 정상회담에서도 다루어지지 않았던 비핵화 문제가 공식 의제로 다루어 졌기 때문입니다.
박재적 : 북한이 미북 정상회담을 고심한 지점은 무엇일까요.
정성윤 : 북한은 굴러들어온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습니다. 트럼프를 만남으로써 APEC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습니다. 트럼프의 즉흥적인 정치적 선물을 얻을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한중 정상회담을 견제하며 비핵화에 대한 김을 뺄 수도 있었습니다. 이런 걸 모르는 북한이 결국 미북 정상 만남을 거부한 이유는 세 가지 동기가 복합적으로 작동했기 때문입니다. 첫째, 하노이에서 트럼프에게 받은 상처가 치유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둘째, 미국의 태도에 대한 불만과 불확실성 때문입니다. 북한은 APEC 이전에 이미 분명한 미북 대화 재개 조건을 강조했습니다. 비핵화를 논의하지 않겠다는 북의 제안에 미국은 호응하지 않았습니다. 아울러 예측불가한 트럼프의 언행이 부담스러웠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미북 정상 만남이 불필요하고 시급하지 않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현재 상황을 유리하다고 판단한 북한 지도부는 , 당분간 북중러 협력을 더 강화하고 핵 능력을 더 신장시킨 후 트럼프와 대화에 나서는 게 더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박재적 : 미국이 일본에게도 핵추진 잠수함을 허락할 가능성이 있습니까?
정구연 : 일본 쪽 반응을 보면 기대를 하고 있는 것 같긴 합니다. 그렇지만 쉽지는 않을 겁니다. 일본에서 그동안 논의가 되지 않았던 의제이기 때문에 미국도 고려하지 않았을 겁니다. 한미일 잠수함 동맹은 미국이 고려를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미국은 잠수함이 아니라 역내 국가들끼리 해양에서 실질적인 협력을 하는 것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인도-태평양 사령부를 중심으로 해저상황인지 및 해저 안보 측면에서의 협력활동 등 실질적 조치들을 먼저 이야기 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AI 등 기술을 통한 해저 인프라 통합 및 연결 이야기도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박재적 : 우리가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하면 먼 거리까지 투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남중국해, 대만 등 우리의 기여에 대한 미국의 기대가 높아집니다. 역효과도 우려됩니다.
정구연 : 지금 우리는 핵 추진 잠수함 건조 허용 결정에 매우 고무되어있는데, 사실 받은 다음 지점이 고민입니다. 미국이 이야기를 안 하고 있습니다만 결국 해양 정보 수집과 대만이나 남중국해 위기와 같이 지역안보 현안에 닥쳤을 때 같이 협력하자는 제안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잠수함 운영뿐만 아니라 한반도 및 역외 지역까지 한미 협력을 어디까지 끌어갈 것인가 새로운 논의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우려되는 것은 미국의 필리 조선소에서 우리 핵 추진 잠수함을 만든다면 AUKUS(미국, 영국, 호주 결성 3자 안보 파트너십) 확장 및 편입까지 연관될 수 있습니다.
박재적 : 이번 한중 정상회담을 중국에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요?
김한권 : 개인적으로 한중이 갈등기를 벗어나면서 관계 재정립의 국면에 진입하는 첫 단추를 무난하게 채웠다라고 생각을 합니다. 양국은 수교 이후 발전기를 거쳐 2000년대 조정기에 들어갑니다. 중국의 국력과 국제적 위상이 계속 높아지고, 한중의 산업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난데다, 미중 전략적 경쟁이 부상하면서 한중관계도 점차 갈등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중국은 자신들 이익에 대해 양보하거나 물러서지 않았으며 한국도 이런 중국의 변화와 압박을 비판적으로 2016년 한국 내 사드 배치 현안으로 갈등이 불거졌는데, 개인적 시각으로 당시 한중 관계는 이미 구조적으로 갈등기에 접어들었던 관계로 설사 사드 배치 현안이 아닌 다른 문제가 터졌어도 갈등은 확인 됐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번 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이 신시대 한중 관계를 여는 네 가지 제언을 했는데, 이들은 그간 한국 정부와 많은 전문가들이 중국에 요구했던 핵심적인 사항들입니다. 한중관계는 탐색전 국면으로 이제 서로의 입장을 겨우 교환했습니다. 향후 미중 전략적 경쟁 심화와 한반도 정세에 의해서 양국 간 상호 이익의 구조가 많이 바뀔 수 있기에 한중관계 재정립은 시작이며 향후에도 많은 노력이 이어져야 합니다.
정성윤 : 이번 회의에서 한반도 안보 문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미국과 중국 정상이 참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비핵화 의지가 언급이 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한미 회담과 미중 회담에서는 논의가 안 된 것은 매우 아쉽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한중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이슈가 다루어진 것은 주목할 만 합니다. 물론 중국은 원론적 입장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그쳤지만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습니다.
박재적 :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북한의 위협 여기까지만 하면 되는데 북한과 중국의 위협 이렇게 얘기했고,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샤오미 보안문제를 거론했습니다. 중국의 반응은 어떠했습니까?
김한권 : 샤오미 얘기를 들었을 때 조금 놀랐습니다. 아마도 중국 측은 한중 기술 합작 제품이다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 샤오미 핸드폰을 꺼냈는데 대통령께서 통신보안 얘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시진핑 주석이 웃으면서 백도어가 있는지 살펴보라며 여유롭게 넘긴 겁니다. 서로 웃으면서 의견 교환을 했지만 기 싸움이 있었던 대화라고 생각 됩니다. 중국 언론은 전반적으로 한중 정상회담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샤오미 얘기라든가 아니면 원자력 잠수함에 대한 특별히 심각한 문제 제기를 아직은 하지 않고 원론적 입장 표명에 그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향후 추이를 지켜보며 분명한 대응을 준비할 것으로 봅니다.
정구연 : 한미 한중 정상회담에서 현 정부의 실용정책 위치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한국과 미국은 핵추진 잠수함 협력의 수위까지 이뤄지는 동맹이고, 한중은 이제까지 어려움을 겪고 관계를 재정립하는 단계에 있는 것이라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 실용외교가 위치한 상황과 방향성을 보여준 겁니다.
정성윤 : 이제 한국은 원하든 원치 않던 안보와 경제도 미국과 같은 배를 탔다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트럼프의 임기가 많이 남았고 트럼프 이후 미국의 행보도 불확실하기에, 이번 한미 양국이 합의한 내용들이 장기적으로 우리의 전략적 선택과 국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 전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한미 간 논의된 과제들은 안보와 경제에 이어 미래 공동체까지 연결됩니다. ‘안경미’ 즉 안보, 경제, 미래를 위해 미국의 성공이 우리의 국익과 직결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미중 전략 경쟁이 지속될 것이므로 우리의 대중 관계 설정은 과거보다 더 어려운 전략적 과제로 부상할 것입니다.
박재적 :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은 풀릴까요?
김한권 : 한한령 해제는 쉽지 않을 겁니다. 중국의 입장에서 한한령은 한중 양자 관계 문제가 아니라 동북아는 물론 글로벌 거버넌스에 관련된 전략과 연계되어 있습니다. 중국은 중화 문명 공동체를 통해 내부 결집을 꾀하고 이를 외부로 확산시켜 문명 교류를 통해 중국에 우호적인 국가들을 연결하며 협력을 강화하려고 합니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K-컬처를 향한 국제 사회의 관심 및 중국 젊은이들의 한류 바람이 자국의 중화문명공동체와 연계된 전략적 이익을 훼손할 수 있는 도전요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한령 해제를 위해 중국과 동양의 전통 문화 공유에 우선 초점을 맞추고 조금씩 K-컬처에 대해 이해시키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민감도가 덜한 바둑, 동양화, 서예, 한국 전통의 판소리와 마당놀이 등의 사회·문화 교류확대가 그 첫 번째 단추라고 생각합니다.
박재적 : 중국 시진핑 주석과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총리가 첫 대면을 했습니다. 앞으로 중일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김한권 : 중일은 긴장 관계가 이어질 것으로 봅니다. 전승절 80주년 이후로 중국은 항일 투쟁에 관한 역사적 요인들을 정치적으로 많이 활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애국 민족주의 교육을 통해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에서 내부 결집은 물론 시 주석과 공산당 지도부에 대한 지지율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항일투쟁의 역사 또한 다시 부각되는 모습입니다. 이번 중일 정상회담에서 가장 민감했던 것 중 하나가 타이완 이었습니다. 일본이 타이완에 대한 입장을 다시 명확하게 확인시키고, 타이완 인사를 APEC 기간 중에 만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중국은 강경한 반응을 보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한국은 한중 정상회담에서 민감한 현안들은 뒤로 밀어 놓거나 우회를 했습니다. 따라서 중일 정상회담의 결과는 향후 한중 관계 재정립 과정에도 중요한 함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재적 : 단도직입적으로 이재명 정부 임기 내에 우리 군의 전시작전권 전환이 가능할까요?
정성윤: 우리는 어떻게든 하려고 할 것인데 미국은 미지근하게 대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이재명 정부 임기내 전작권 전환을 하려면 이번 한미 SCM에서 논의되었던 핵심 이슈들에 조율해야 가능한데 네 가지 이슈가 있습니다. 전략적 유연성, 전작권 환수의 시기와 방식, 동맹 현대화의 범위 그리고 방위비 분담과 첨단 무기 협력 확대입니다. SCM 공동 성명이 발표되지 않은 것은 입장 조율이 안 된 것 같습니다. 넘어야 될 산이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또 하나의 장애물은 최근 미국이 동맹 정책을 결정하는 데 과거에 없는 경향들을 보여주는 데 신속한 결정보다는 내부적 절차적 정당성을 따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으로 양국 간 정치 군사적 변수들도 촉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정부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이 성공적으로 무탈하게 이루어질 것이라 자신하기 힘듭니다.
박재적 : 전시작전권 전환과 관련 미국의 속내는 무엇일까요.
정구연 : 트럼프 행정부 내 우호적 입장은 것은 맞는데 정치적 문제보다 지금 미국은 행정적으로 교착 상태입니다. 셧다운이 계속되면서 업무는 진행되지 있지 않고, 국무부나 국방부 백악관에서도 빈자리가 너무 많습니다. 국가안보전략서(NSS)와 국방전략서(NDS)가 아직 나오지 않았고 핵태세검토(NPR)등이 나와야 되는데 이것조차 밀려있어 입장조율이 쉽지 않을 겁니다. 셧다운이 풀리고 일을 하려고 하면 내년 중간 선거입니다. 미국 전문가들은 미국 국내 정치 때문에 대외정책이 발목 잡혀 있다고 말합니다. 한국에 대한 신뢰문제와 별개로 국내 문제 때문에 진행 속도가 더딜 겁니다. 트럼프 정부 주요인사들 및 국방부 주한 미군사령관도 가능하다는 입장이고 이와 다른 외부의 의견은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박재적 : 미국이 전략적 유연성을 요구를 하면서 주한미군 분담금을 더 올려 달라는 것은 상당히 모순입니다.
정구연 : 우리 전략적 자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그것이 될지 의문입니다. 현 작전 구조상 우리 자율성을 얼마만큼 원하느냐는 아직 논의가 없는 것 같고 미국도 동북아 안보 환경 상 얼마만큼 자율성을 줄 수 있느냐는 모릅니다. 미국은 위기 순서를 대만 한국 그리고 일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을 본다면 우리에게 자율성을 많이 주기 쉽지 않습니다. 정성윤 : 강대국과 상대적으로 약소한 동맹국의 차원에서 보면 전략적 자율성은 미국이 한국을 움직일 수 있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미국 조야에서는 무력 분쟁에 자신들이 개입될 가능성을 항상 염려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전략적 자율성을 한국에게 과감하게 넘길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 솔직히 비합리적입니다. 미국은 만약 한국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개입하는 상황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국에서는 작전권 문제를 넘어서 전략적 사고의 차원으로 이해할 겁니다.
정구연 : 전략적 유연성과 전시작전권 이양도 전반적 안보 환경에서 보면 분산 혹은 확산으로 보이지만 물밑에서 조율하는 것은 통합의 추세입니다. 미국은 우리에게 좀 더 많은 자율성을 주더라도 결국 지휘 통제 구조화에 놓으려는 방향성으로 기술 통합을 추진할 겁니다.
김한권 : 전략적 자율성은 군사‧안보 영역 뿐 아니라 정치‧외교, 사회‧문화, 경제‧통상 등 다양한 영역으로 나누어져 있었습니다.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은 자강을 중심으로 발전시켜, 미국으로 하여금 자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분명한 가치를 인정받고 전략적으로 필요한 나라구나라고 인정받아야 합니다. 만약 국제사회에서 강대국의 일방적 요구나 압박이 있을 때 미국과 합리적으로 논의를 해나가면서 적절한 협상의 선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 장기적인 틀에서 전작권을 전환하고, 다자외교의 역량을 강화하며, 안정적이고 건전한 한미동맹 유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당장 어려운 부분도 있겠지만, 이러한 정책적 방향성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정구연 : 전작권 전환이 자주 국방은 맞지만 사실 우리 역할이 더 커지는 겁니다. 그것을 우리 국민들에게 어떻게 잘 설득할 수 있느냐 입니다. 국민들은 자주국방이면 자주국방이지 우리의 책임과 역할이 커지는 것을 생각하지 못할 것 같은데 이 과정에 대해 국민들을 이해시키는 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박재적 : 지난 몇 주간 동북아주였습니다. 하지만 아세안 주도 정상회담에 관한 우리의 관심은 적었습니다. 인도-태평양 이야기는 아무도 안 합니다. 신남방 정책 혹은 우리의 지역 외교 정책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정구연 : 인도-태평양 전략과 관련해 역내 국가들은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신전략을 우선 기다리는 것 같습니다. 일본도 일단 좀 기다리고 있는 것 같고, 미국은 내부가 너부 복잡해서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우리가 실용 외교를 통해 글로벌 책임 강국을 지향한다면 인태 지역을 빼고 이야기 할 수 없으니 우리가 먼저 전략을 제시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박재적 : 정부가 어떤 식으로 프레이밍 할지도 지금 궁금합니다.
김한권 : 국익을 중심으로 한 실용 외교를 바탕으로 지역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한국에게는 무엇보다도 전략적 자율성의 증진, 이원적(two-track) 접근, 다자외교의 역량 강화가 필요합니다. 먼저 자강에 초점을 맞춘 전략적 자율성의 증진입니다. 이는 미국과 거리를 두는 것이 아니라 건전하고 안정적인 동맹 파트너십을 만들어 가는 겁니다. 동시에 한국의 당면한 상황을 중국에게도 이해시켜야 협력도 가능합니다. 이를 위해 이원적 접근과 다자외교의 역량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미중 전략적 경쟁이 나날이 심화하는 상황 속에서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면서 한중 간 협력 강화를 모색하는 것은 일견 모순으로 보일 수 있으며 매우 어려운 과제입니다. 하지만 지금 EU와 ASEAN 국가들을 포함하여 인도, 호주 등 많은 나라들은 국제사회의 주요 현안별로 국익을 공유하는 동류국가들과 다지외교를 통해 소통, 연대,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미중 사이에서 현안별 이원적 접근으로 자국의 전략적 위치를 조정하며 국익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정성윤 : 이번 APEC으로 자유 무역과 다자 무역의 현주소와 한계가 분명해 졌습니다. 하지만 다자 무역과 다자주의는 구분 될 필요는 있습니다. 한국은 미중 초강대국 사이에서 입장을 조율하면서 다자주의 전략 유효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장기적으로 우리 정부가 다자주의를 지역 전략을 플랫폼을 삼아야 된다는 점도 분명해 졌습니다. 인도-태평양 지역과 관련 이재명 정부가 꼼꼼하게 발표한 것은 없습니다. 신남방 정책을 세련하게 계승하겠다고 하지만 과거와 차별성이 없다는 비판과 함께 정책 기조는 부재한 상태로 보입니다, 다만 미국이 이 지역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고, 그 핵심에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는 것에 속내가 있다면 우리도 인도-태평양 지원에 과감하게 자원을 투자하고 전략적 관심을 높여야 합니다.
박재적 : 지난 번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미 국방장관이 계속 인도-태평양이라고 했습니다. 진짜 속내가 어떤지 궁금합니다.
정구연 : 미국도 사실 인태 전략이 중요합니다. 군사적 부분뿐 아니라 공적개발원조(ODA)도 큽니다. 하지만 지금 이 지역에서 책무를 할 수 있는 나라는 일본 밖에 없습니다, 일본은 할 의지도 많고 계속해서 인태지역에 대한 관여를 유지할 것 같습니다.
박재적 : 한미 한중 한일 정상회담이 워낙 각광을 받았는데 그거 말고도 이번 APEC에서 중요한 정상회담이 꽤 있었다고 봅니다. 필리핀과 호주 등도 관심이 좀 더 필요합니다. 북한이 군사 군사 퍼레이드 때 중국 러시아 최고위급 인사와 함께 베트남 1인자, 라오스 1인자, 인도네시아 외교부 장관도 불렀습니다. 향후 아세안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다자주의 공간에 앞으로 우리들의 많은 관심이 필요해 보입니다.
박재적 : 북한이 미북 정상회담을 고심한 지점은 무엇일까요.
정성윤 : 북한은 굴러들어온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습니다. 트럼프를 만남으로써 APEC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습니다. 트럼프의 즉흥적인 정치적 선물을 얻을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한중 정상회담을 견제하며 비핵화에 대한 김을 뺄 수도 있었습니다. 이런 걸 모르는 북한이 결국 미북 정상 만남을 거부한 이유는 세 가지 동기가 복합적으로 작동했기 때문입니다. 첫째, 하노이에서 트럼프에게 받은 상처가 치유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둘째, 미국의 태도에 대한 불만과 불확실성 때문입니다. 북한은 APEC 이전에 이미 분명한 미북 대화 재개 조건을 강조했습니다. 비핵화를 논의하지 않겠다는 북의 제안에 미국은 호응하지 않았습니다. 아울러 예측불가한 트럼프의 언행이 부담스러웠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미북 정상 만남이 불필요하고 시급하지 않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현재 상황을 유리하다고 판단한 북한 지도부는 , 당분간 북중러 협력을 더 강화하고 핵 능력을 더 신장시킨 후 트럼프와 대화에 나서는 게 더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박재적 : 미국이 일본에게도 핵추진 잠수함을 허락할 가능성이 있습니까?
정구연 : 일본 쪽 반응을 보면 기대를 하고 있는 것 같긴 합니다. 그렇지만 쉽지는 않을 겁니다. 일본에서 그동안 논의가 되지 않았던 의제이기 때문에 미국도 고려하지 않았을 겁니다. 한미일 잠수함 동맹은 미국이 고려를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미국은 잠수함이 아니라 역내 국가들끼리 해양에서 실질적인 협력을 하는 것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인도-태평양 사령부를 중심으로 해저상황인지 및 해저 안보 측면에서의 협력활동 등 실질적 조치들을 먼저 이야기 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AI 등 기술을 통한 해저 인프라 통합 및 연결 이야기도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박재적 : 우리가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하면 먼 거리까지 투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남중국해, 대만 등 우리의 기여에 대한 미국의 기대가 높아집니다. 역효과도 우려됩니다.
정구연 : 지금 우리는 핵 추진 잠수함 건조 허용 결정에 매우 고무되어있는데, 사실 받은 다음 지점이 고민입니다. 미국이 이야기를 안 하고 있습니다만 결국 해양 정보 수집과 대만이나 남중국해 위기와 같이 지역안보 현안에 닥쳤을 때 같이 협력하자는 제안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잠수함 운영뿐만 아니라 한반도 및 역외 지역까지 한미 협력을 어디까지 끌어갈 것인가 새로운 논의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우려되는 것은 미국의 필리 조선소에서 우리 핵 추진 잠수함을 만든다면 AUKUS(미국, 영국, 호주 결성 3자 안보 파트너십) 확장 및 편입까지 연관될 수 있습니다.
박재적 : 이번 한중 정상회담을 중국에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요?
김한권 : 개인적으로 한중이 갈등기를 벗어나면서 관계 재정립의 국면에 진입하는 첫 단추를 무난하게 채웠다라고 생각을 합니다. 양국은 수교 이후 발전기를 거쳐 2000년대 조정기에 들어갑니다. 중국의 국력과 국제적 위상이 계속 높아지고, 한중의 산업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난데다, 미중 전략적 경쟁이 부상하면서 한중관계도 점차 갈등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중국은 자신들 이익에 대해 양보하거나 물러서지 않았으며 한국도 이런 중국의 변화와 압박을 비판적으로 2016년 한국 내 사드 배치 현안으로 갈등이 불거졌는데, 개인적 시각으로 당시 한중 관계는 이미 구조적으로 갈등기에 접어들었던 관계로 설사 사드 배치 현안이 아닌 다른 문제가 터졌어도 갈등은 확인 됐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번 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이 신시대 한중 관계를 여는 네 가지 제언을 했는데, 이들은 그간 한국 정부와 많은 전문가들이 중국에 요구했던 핵심적인 사항들입니다. 한중관계는 탐색전 국면으로 이제 서로의 입장을 겨우 교환했습니다. 향후 미중 전략적 경쟁 심화와 한반도 정세에 의해서 양국 간 상호 이익의 구조가 많이 바뀔 수 있기에 한중관계 재정립은 시작이며 향후에도 많은 노력이 이어져야 합니다.
정성윤 : 이번 회의에서 한반도 안보 문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미국과 중국 정상이 참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비핵화 의지가 언급이 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한미 회담과 미중 회담에서는 논의가 안 된 것은 매우 아쉽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한중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이슈가 다루어진 것은 주목할 만 합니다. 물론 중국은 원론적 입장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그쳤지만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습니다.
박재적 :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북한의 위협 여기까지만 하면 되는데 북한과 중국의 위협 이렇게 얘기했고,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샤오미 보안문제를 거론했습니다. 중국의 반응은 어떠했습니까?
김한권 : 샤오미 얘기를 들었을 때 조금 놀랐습니다. 아마도 중국 측은 한중 기술 합작 제품이다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 샤오미 핸드폰을 꺼냈는데 대통령께서 통신보안 얘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시진핑 주석이 웃으면서 백도어가 있는지 살펴보라며 여유롭게 넘긴 겁니다. 서로 웃으면서 의견 교환을 했지만 기 싸움이 있었던 대화라고 생각 됩니다. 중국 언론은 전반적으로 한중 정상회담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샤오미 얘기라든가 아니면 원자력 잠수함에 대한 특별히 심각한 문제 제기를 아직은 하지 않고 원론적 입장 표명에 그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향후 추이를 지켜보며 분명한 대응을 준비할 것으로 봅니다.
정구연 : 한미 한중 정상회담에서 현 정부의 실용정책 위치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한국과 미국은 핵추진 잠수함 협력의 수위까지 이뤄지는 동맹이고, 한중은 이제까지 어려움을 겪고 관계를 재정립하는 단계에 있는 것이라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 실용외교가 위치한 상황과 방향성을 보여준 겁니다.
정성윤 : 이제 한국은 원하든 원치 않던 안보와 경제도 미국과 같은 배를 탔다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트럼프의 임기가 많이 남았고 트럼프 이후 미국의 행보도 불확실하기에, 이번 한미 양국이 합의한 내용들이 장기적으로 우리의 전략적 선택과 국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 전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한미 간 논의된 과제들은 안보와 경제에 이어 미래 공동체까지 연결됩니다. ‘안경미’ 즉 안보, 경제, 미래를 위해 미국의 성공이 우리의 국익과 직결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미중 전략 경쟁이 지속될 것이므로 우리의 대중 관계 설정은 과거보다 더 어려운 전략적 과제로 부상할 것입니다.
박재적 :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은 풀릴까요?
김한권 : 한한령 해제는 쉽지 않을 겁니다. 중국의 입장에서 한한령은 한중 양자 관계 문제가 아니라 동북아는 물론 글로벌 거버넌스에 관련된 전략과 연계되어 있습니다. 중국은 중화 문명 공동체를 통해 내부 결집을 꾀하고 이를 외부로 확산시켜 문명 교류를 통해 중국에 우호적인 국가들을 연결하며 협력을 강화하려고 합니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K-컬처를 향한 국제 사회의 관심 및 중국 젊은이들의 한류 바람이 자국의 중화문명공동체와 연계된 전략적 이익을 훼손할 수 있는 도전요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한령 해제를 위해 중국과 동양의 전통 문화 공유에 우선 초점을 맞추고 조금씩 K-컬처에 대해 이해시키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민감도가 덜한 바둑, 동양화, 서예, 한국 전통의 판소리와 마당놀이 등의 사회·문화 교류확대가 그 첫 번째 단추라고 생각합니다.
박재적 : 중국 시진핑 주석과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총리가 첫 대면을 했습니다. 앞으로 중일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김한권 : 중일은 긴장 관계가 이어질 것으로 봅니다. 전승절 80주년 이후로 중국은 항일 투쟁에 관한 역사적 요인들을 정치적으로 많이 활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애국 민족주의 교육을 통해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에서 내부 결집은 물론 시 주석과 공산당 지도부에 대한 지지율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항일투쟁의 역사 또한 다시 부각되는 모습입니다. 이번 중일 정상회담에서 가장 민감했던 것 중 하나가 타이완 이었습니다. 일본이 타이완에 대한 입장을 다시 명확하게 확인시키고, 타이완 인사를 APEC 기간 중에 만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중국은 강경한 반응을 보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한국은 한중 정상회담에서 민감한 현안들은 뒤로 밀어 놓거나 우회를 했습니다. 따라서 중일 정상회담의 결과는 향후 한중 관계 재정립 과정에도 중요한 함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재적 : 단도직입적으로 이재명 정부 임기 내에 우리 군의 전시작전권 전환이 가능할까요?
정성윤: 우리는 어떻게든 하려고 할 것인데 미국은 미지근하게 대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이재명 정부 임기내 전작권 전환을 하려면 이번 한미 SCM에서 논의되었던 핵심 이슈들에 조율해야 가능한데 네 가지 이슈가 있습니다. 전략적 유연성, 전작권 환수의 시기와 방식, 동맹 현대화의 범위 그리고 방위비 분담과 첨단 무기 협력 확대입니다. SCM 공동 성명이 발표되지 않은 것은 입장 조율이 안 된 것 같습니다. 넘어야 될 산이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또 하나의 장애물은 최근 미국이 동맹 정책을 결정하는 데 과거에 없는 경향들을 보여주는 데 신속한 결정보다는 내부적 절차적 정당성을 따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으로 양국 간 정치 군사적 변수들도 촉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정부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이 성공적으로 무탈하게 이루어질 것이라 자신하기 힘듭니다.
박재적 : 전시작전권 전환과 관련 미국의 속내는 무엇일까요.
정구연 : 트럼프 행정부 내 우호적 입장은 것은 맞는데 정치적 문제보다 지금 미국은 행정적으로 교착 상태입니다. 셧다운이 계속되면서 업무는 진행되지 있지 않고, 국무부나 국방부 백악관에서도 빈자리가 너무 많습니다. 국가안보전략서(NSS)와 국방전략서(NDS)가 아직 나오지 않았고 핵태세검토(NPR)등이 나와야 되는데 이것조차 밀려있어 입장조율이 쉽지 않을 겁니다. 셧다운이 풀리고 일을 하려고 하면 내년 중간 선거입니다. 미국 전문가들은 미국 국내 정치 때문에 대외정책이 발목 잡혀 있다고 말합니다. 한국에 대한 신뢰문제와 별개로 국내 문제 때문에 진행 속도가 더딜 겁니다. 트럼프 정부 주요인사들 및 국방부 주한 미군사령관도 가능하다는 입장이고 이와 다른 외부의 의견은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박재적 : 미국이 전략적 유연성을 요구를 하면서 주한미군 분담금을 더 올려 달라는 것은 상당히 모순입니다.
정구연 : 우리 전략적 자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그것이 될지 의문입니다. 현 작전 구조상 우리 자율성을 얼마만큼 원하느냐는 아직 논의가 없는 것 같고 미국도 동북아 안보 환경 상 얼마만큼 자율성을 줄 수 있느냐는 모릅니다. 미국은 위기 순서를 대만 한국 그리고 일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을 본다면 우리에게 자율성을 많이 주기 쉽지 않습니다. 정성윤 : 강대국과 상대적으로 약소한 동맹국의 차원에서 보면 전략적 자율성은 미국이 한국을 움직일 수 있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미국 조야에서는 무력 분쟁에 자신들이 개입될 가능성을 항상 염려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전략적 자율성을 한국에게 과감하게 넘길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 솔직히 비합리적입니다. 미국은 만약 한국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개입하는 상황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국에서는 작전권 문제를 넘어서 전략적 사고의 차원으로 이해할 겁니다.
정구연 : 전략적 유연성과 전시작전권 이양도 전반적 안보 환경에서 보면 분산 혹은 확산으로 보이지만 물밑에서 조율하는 것은 통합의 추세입니다. 미국은 우리에게 좀 더 많은 자율성을 주더라도 결국 지휘 통제 구조화에 놓으려는 방향성으로 기술 통합을 추진할 겁니다.
김한권 : 전략적 자율성은 군사‧안보 영역 뿐 아니라 정치‧외교, 사회‧문화, 경제‧통상 등 다양한 영역으로 나누어져 있었습니다.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은 자강을 중심으로 발전시켜, 미국으로 하여금 자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분명한 가치를 인정받고 전략적으로 필요한 나라구나라고 인정받아야 합니다. 만약 국제사회에서 강대국의 일방적 요구나 압박이 있을 때 미국과 합리적으로 논의를 해나가면서 적절한 협상의 선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 장기적인 틀에서 전작권을 전환하고, 다자외교의 역량을 강화하며, 안정적이고 건전한 한미동맹 유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당장 어려운 부분도 있겠지만, 이러한 정책적 방향성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정구연 : 전작권 전환이 자주 국방은 맞지만 사실 우리 역할이 더 커지는 겁니다. 그것을 우리 국민들에게 어떻게 잘 설득할 수 있느냐 입니다. 국민들은 자주국방이면 자주국방이지 우리의 책임과 역할이 커지는 것을 생각하지 못할 것 같은데 이 과정에 대해 국민들을 이해시키는 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박재적 : 지난 몇 주간 동북아주였습니다. 하지만 아세안 주도 정상회담에 관한 우리의 관심은 적었습니다. 인도-태평양 이야기는 아무도 안 합니다. 신남방 정책 혹은 우리의 지역 외교 정책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정구연 : 인도-태평양 전략과 관련해 역내 국가들은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신전략을 우선 기다리는 것 같습니다. 일본도 일단 좀 기다리고 있는 것 같고, 미국은 내부가 너부 복잡해서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우리가 실용 외교를 통해 글로벌 책임 강국을 지향한다면 인태 지역을 빼고 이야기 할 수 없으니 우리가 먼저 전략을 제시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박재적 : 정부가 어떤 식으로 프레이밍 할지도 지금 궁금합니다.
김한권 : 국익을 중심으로 한 실용 외교를 바탕으로 지역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한국에게는 무엇보다도 전략적 자율성의 증진, 이원적(two-track) 접근, 다자외교의 역량 강화가 필요합니다. 먼저 자강에 초점을 맞춘 전략적 자율성의 증진입니다. 이는 미국과 거리를 두는 것이 아니라 건전하고 안정적인 동맹 파트너십을 만들어 가는 겁니다. 동시에 한국의 당면한 상황을 중국에게도 이해시켜야 협력도 가능합니다. 이를 위해 이원적 접근과 다자외교의 역량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미중 전략적 경쟁이 나날이 심화하는 상황 속에서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면서 한중 간 협력 강화를 모색하는 것은 일견 모순으로 보일 수 있으며 매우 어려운 과제입니다. 하지만 지금 EU와 ASEAN 국가들을 포함하여 인도, 호주 등 많은 나라들은 국제사회의 주요 현안별로 국익을 공유하는 동류국가들과 다지외교를 통해 소통, 연대,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미중 사이에서 현안별 이원적 접근으로 자국의 전략적 위치를 조정하며 국익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정성윤 : 이번 APEC으로 자유 무역과 다자 무역의 현주소와 한계가 분명해 졌습니다. 하지만 다자 무역과 다자주의는 구분 될 필요는 있습니다. 한국은 미중 초강대국 사이에서 입장을 조율하면서 다자주의 전략 유효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장기적으로 우리 정부가 다자주의를 지역 전략을 플랫폼을 삼아야 된다는 점도 분명해 졌습니다. 인도-태평양 지역과 관련 이재명 정부가 꼼꼼하게 발표한 것은 없습니다. 신남방 정책을 세련하게 계승하겠다고 하지만 과거와 차별성이 없다는 비판과 함께 정책 기조는 부재한 상태로 보입니다, 다만 미국이 이 지역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고, 그 핵심에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는 것에 속내가 있다면 우리도 인도-태평양 지원에 과감하게 자원을 투자하고 전략적 관심을 높여야 합니다.
박재적 : 지난 번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미 국방장관이 계속 인도-태평양이라고 했습니다. 진짜 속내가 어떤지 궁금합니다.
정구연 : 미국도 사실 인태 전략이 중요합니다. 군사적 부분뿐 아니라 공적개발원조(ODA)도 큽니다. 하지만 지금 이 지역에서 책무를 할 수 있는 나라는 일본 밖에 없습니다, 일본은 할 의지도 많고 계속해서 인태지역에 대한 관여를 유지할 것 같습니다.
박재적 : 한미 한중 한일 정상회담이 워낙 각광을 받았는데 그거 말고도 이번 APEC에서 중요한 정상회담이 꽤 있었다고 봅니다. 필리핀과 호주 등도 관심이 좀 더 필요합니다. 북한이 군사 군사 퍼레이드 때 중국 러시아 최고위급 인사와 함께 베트남 1인자, 라오스 1인자, 인도네시아 외교부 장관도 불렀습니다. 향후 아세안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다자주의 공간에 앞으로 우리들의 많은 관심이 필요해 보입니다.
윤융근 화정평화재단 21세기평화연구소 기자 yunyk@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