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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맥아더는 왜 전쟁 중 해임됐나(4)[정전 70년, 끝나지 않은 6·25]
“트루먼 씨, 나의 해임은 부당하다”

한국 정부 부처인 문화공보부가 발행하는 잡지 ‘정보’ 8호(1956년 8월)는 맥아더 장군이 자신의 해임에 대해 트루먼에게 조목조목 반격하는 내용의 글을 실었다. 잡지는 원문의 출처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다. 미국 정치의 ‘문민 우위’의 원칙에 따라 대통령이 군 사령관을 해임한 것을 받아들여야 했지만 퇴임 후 글로써 격렬히 반박했다. 자신의 해임 배경에 대해 트루먼이 자신의 회고록에서 설명한 것을 두고 ‘성실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반박했다. 호칭은 ‘트루먼 씨’였다.

반박 글을 쓰게 된 동기

트루먼 씨의 사실 왜곡이 너무나 지나쳐 진실한 수정보고를 하지 않고 침묵을 지킨다는 것은 도리어 국가에 대하여 충성스럽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국민에 대하여서도 해를 끼치는 결과를 초래하리라는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
황달증에 걸린 환자의 눈에는 모든 것이 황색으로 보인다는 옛말은 트루먼 씨의 과오의 원인을 설명하는 좋은 말이다. 이 어구는 특히 악의 또는 원한과 복수심에서 나오는 비천한 본능작용을 초월하지 못하고 빈번히 과격화하고 저속한 대중 언쟁을 일삼아 오던 트루먼 씨의 경우에 적합한 말이라고 하겠다.

트루먼의 ‘제한전’ 비판

트루먼 씨의 정책 변경은 약속된 범위 이상으로 전쟁을 확대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는 오랜 휴전회담 기간 받은 아군의 손상보다 훨씬 적은 손해로 완전한 승리를 획득할 수 있었던 아군의 행동을 고의적으로 묶었다. 국제연합군 사상자의 약 5분의 3은 내가 해임된 뒤 발생했다.
트루먼 씨의 작전은 수비 위주이다. 이는 전쟁에서 수비보다 공격을 위주로 해야 한다는 미국의 한세기 반 이래의 군사적 교의에 역행하는 기괴한 작전이다. 전쟁은 이기지 못해도 승리한 것과 마찬가지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기이한 이론도 폈다.

 해임 절차상의 문제
 
트루먼 씨는 나를 해임하는데 수년간 있었던 일을 열거하고 있다. 내가 그에게 불복종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상관 명령 불복종은 군인으로서는 가장 중대한 범죄다. 그러한 불명예스러운 비난을 받는 군인은 예외없이 자신의 입장을 주장하고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법에도 설명과 청문을 요구할 권리가 규정되어 있다. 나에게는 전혀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나는 하등의 법적 호소를 제기할 여지가 없었다. 그는 자신이 대통령직을 떠나고 나도 일개 시민 시민이 되었을 때 회고록을 통해 나의 해임사유가 명령 불복종에 의한 것이라고 뒤늦게 말했다.

부당한 해임 사유

트루먼 씨는 나의 해임 이유를 조사한 상원합동조사위원회에 참석한 합동참모본부 간부들이 맹세코 나의 해임이유가 명령불복종이 아니라고 한 점을 은폐하려고 한다. 자신에 대한 비난을 합리화하기 위한 것이다. 트루먼 씨는 브래틀리 합참의장이 명령불복종의 죄를 비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브래틀리는 세 명 의원의 질문에 세 번 거듭해 ‘맥아더가 상관의 명령에 불복종한 일은 전혀없다’고 대답했다.

맥아더 회고록에서 반격

트루먼은 자신이 무언가 비열한 방법으로 공화당과 공모하고 있었다고 믿었던 모양으로 자신의 해임은 극히 정략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의 뜻과 맞지 않은 사례로 링컨과 그랜트 장군의 사례를 들며 “링컨의 침착한 위엄과 자제력을 갖춘 태도와는 얼마나 차이가 클까”라고 꼬집었다.(맥아더, 260쪽)
그는 자신이 해임 몇 년 후 상관에 복종하지 않았다며 비난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나만큼 철저하게 복종한 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무엇보다 문관우위는 미국 정치의 기본 요소지만 자신처럼 갑작스런 방법으로 해임된 예는 없다고 주장했다. “나는 해임에 앞서 청문회도, 변명할 기회도 부여되지 않았으며 과거의 경력에 대한 것도 고려되지 않았다”. 그는 지휘권 이양에 따른 예의를 지키는 것도 허용되지 않았다며 “사무실의 사환, 청소부, 하급직원도 이처럼 해고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맥아더, 265쪽)

참고문헌
김계동 지음, 『한국전쟁 불가피한 선택이었나』, 명인문화사, 2014.
더글러스 맥아더 지음, 『맥아더 회고록』, 2권, 일신서적, 1993.
딘 애치슨, 『Present at the Creation』, Norton & Company Inc., 1969.
해리 S. 트루먼 지음, 손세일 옮김, 『시련과 희망의 세월-트루먼 회고록』 하, 1968.
데이비드 핼버스탬 지음, 정윤미 이은진 옮김, 『콜디스트 윈터』, 살림, 2009.

구자룡 화정평화재단 21세기평화연구소장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