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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신석호] 미국이 중국을 끝까지 몰아붙일 수 없는 이유



기로에 선 미중관계-4


시리즈 1~3회에서 살펴본 미중관계의 미래에 대한 현실주의적 논의는 세계정부가 없는 국제정치의 무정부상태와 이에 따른 개별 국가들의 안보딜레마, 국가이익과 권력 등의 개념을 강조하는 ‘국가 및 군사력 중심적’ 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1970년대 상업적 자유주의의 한 흐름에서 나온 복합적 상호의존(Complex-Interdependence) 이론은 우선 국가이외의 국제정치적 행위자 즉, 국제기구나 기업 노조 등 사회단체 등의 역할을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또 국가간의 관계를 논할 때 현실주의가 강조하는 군사력 외에 경제적 힘과 경제적 관계도 중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이들은 현실주의가 강조하는 권력관계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권력을 구성하는 요소가 군사력에서 비군사적 흥정의 기술로 옮겨가고 있음을 강조한 것입니다. 세계는 군사력을 앞세운 강대국의 투쟁장이기도 하지만 여타 다양한 조직체들이 상대방 국가와 비국가 단체 등과의 그물망을 형성하며 거래하고 흥정하는 네트워크라는 설명 입니다(강성학 고려대 명예교수,『무지개와 부엉이: 국제정치의 이론과 실천에 관한 논문 선집』(서울: 박영사, 2010), 91쪽 참조).



이 이론은 특히 국제사회에서 강대국들이 다뤄야 할 이슈가 증가하고 복잡해짐에 따라서 강대국간 협력 필요성이 커졌다는 점을 강조한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 배려하면서 경쟁도 하고 협력도 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버락 오바마 행정부 8년의 대중 정책은 바로 이런 철학적 이론적 배경을 깔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인근에서 항행의 자유를 강조하며 중국의 일방적 영토주권 확대를 저지했습니다. 2기에는 아시아태평양 12개 국가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체결해 사실상 중국을 자유무역시장의 띠로 포위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이슬람 국가(IS)의 퇴치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저지, 이란 핵문제 해결, 지구온난화 공동대응 등에서 중국과 협력하며 대중관계를 관리해 나갔습니다.


상업적 자유주의의 관점에서 위의 주장에서 좀 더 나아가면, 핵무기가 주는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에서 경제관계의 긴밀성이 깨질 경우의 참극을 들어 양국 안정성의 기반을 찾는 시도도 나옵니다. 이언 브레머 미 유라시아그룹 회장과 존 헌츠먼 전 주중대사는 2013년 6월 2일 뉴욕타임스(NYT)에 게재한 공동기고문에서 상호확증경제파괴(MAED·Mutually Assured Economic Destruction)라는 개념을 소개했습니다. 냉전시절 미국과 소련의 핵 공포 균형의 논리적 기반이 되었던 상호확증파괴(MAD·Mutually Assured Destruction)에 ‘경제(Economic)’라는 단어를 넣어 만든 신조어로, 미중 양국이 국제 상품 및 자본 시장에서 긴밀한 상호 의존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한쪽이 일방적으로 경제적 단절을 선언하면 공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과 어떻게 잘 지낼 것인가’라는 제목의 기고문은 2013년 6월 7일과 8일 캘리포니아 주 휴양지 랜초미라지에서 열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첫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제언을 하는 형식입니다. 이들은 “좋건 싫건 미중 양국은 MAED의 형태로 묶여 있다”며 양국이 이해하고 양보하면서 갈등보다는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기고문은 과거 미소 양극체제를 이끈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공산당 서기장 ‘커플’과 오바마-시진핑 시대를 대비시켰습니다. 경제 관계없이 핵 대결에 치중했던 미소 관계와는 달리 미중 관계는 ‘차이메리카(차이나+아메리카)’로 표현될 만큼 무역과 투자 등의 경제 분야에서 ‘비자발적 협력’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국은 대량의 공산품을 미국에 수출해 달러를 벌고 미국은 중국 덕분에 낮은 물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다량의 미 국채를 사들이고 미국은 이 유동성으로 중국 상품을 사들일 여력을 확보하는 순환구조를 갖고 있다고 기고문은 강조했습니다.


 지금까지 이 시리즈를 통해 향후 미중관계를 전망하는 여섯 가지 개념을 그림과 함께 소개했습니다. 이들을 국제정치의 대립하는 양대 패러다임인 현실주의와 자유주의의 스펙트럼 위에 표시하면 아래 그패를 얻을 수 있습니다. 왼쪽부터 현실주의에서 자유주의로 여섯 개념을 배열하고 그것이 노정하는 결과를 갈등과 협력으로 놓아 ‘2×2 매트릭스’를 만들면 아래와 같이 우하향하는 직선을 얻을 수 있습니다.



자 어떠십니까? 미국과 중국간의 미래가 저 그래프 위에 있을까요? 꼭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역사는 언제나 인간의 상상력을 뛰어 넘으니까요. 예를 들어 미국의 국력은 더욱 커지고 중국은 지금 정도에서 성장을 멈추거나 더 약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논의는 어디까지나 ‘중국이 경제성장을 계속 한다면’이라는 전제 위의 전망일 뿐입니다. 역사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요?


신석호 디지털뉴스팀장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