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우리 아이들의 & 아름다운 한반도)

제목[청년이 묻고 우아한이 답하다] 갈수록 치열한 美中 패권경쟁 속 남북관계 전망은?




Q. 12월 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결과는 양국 무역전쟁에 잠시 휴전을 선언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앞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보았던 것처럼 양국은 다양한 이슈에 대해 첨예한 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의 잠재적 패권경쟁이 점차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남북협력이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한국의 혈맹은 미국, 북한의 혈맹은 중국인 바, 미중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 남북 평화 무드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반복·지속될 미중 패권경쟁 하에서 우리 정부가 언제까지나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드는데 이와 관련하여서도 답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그렇습니다. 미중 양국 정상이 무역전쟁에 대해 “뭔가 절충점을 찾지 않겠느냐”는 전망은 회의 전부터 흘러나왔습니다. 경제적으로 내상을 크게 입은 중국이 한 발 물러서려는 듯한 조짐을 보이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평생 준비해왔다”는 멘트를 내놓으면서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이 합의를 보고 싶어한다. 우리는 기쁘다”고 밝힌 것도 그런 분위기를 키웠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미중 간 패권전쟁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현장이었죠. (중간선거 직후 국내정치 일정 등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아 회의 초반에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지는 못했습니다만, 대신 참석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쏟아낸 발언들이 작심하고 준비해온 것이라는 점은 명백해 보였습니다.


펜스 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공개석상에서 주고받은 설전은 이를 지켜보던 다른 정상들까지 조마조마하게 만들 정도였다고 하는데요, 시 주석이 먼저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를 비판하고 이에 펜스 부통령이 중국의 ‘일대일로’를 깎아내리며 반박에 나서면서 긴장수위는 순식간에 치솟았습니다. 


APEC 정상회의 성명 채택이 1993년 이후 처음으로 불발된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공동성명 초안에 ‘우리는 모든 불공정한 무역관행 등을 포함한 보호무역주의와 싸우는 데 동의했다(We agreed to fight protectionism including all unfair trade practices)’는 문구를 놓고 중국이 강하게 반발한 것이죠. ‘불공정한 무역관행’이라는 표현이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봤던 겁니다.


뒤끝도 작렬했습니다. 성명 채택이 불발되자 중국 외교부는 “중국과 달리 미국은 매우 흥분하고 화가 난 상태에서 APEC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미국 측의 발언은 이견을 불러일으키고, 갈등을 만들고, 평화로운 회의 분위기를 망쳤다”고 비판했습니다. 미 국무부는 곧장 ‘APEC 성명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모든 국가가 (불공정한 무역관행과 싸우는 것에) 같은 입장을 지지할 수 없었던 것은 불행하다”고 맞받아쳤습니다.


이런 미중 간 갈등은 올해 여름 미국이 중국에 어마어마한 폭탄 관세를 퍼붓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미 시작된 것입니다. 당시 외교 전문가들은 “미국이 하려는 게 단지 대중 무역적자 해결만은 아니다”고 봤습니다.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또 다른 G2 국가, 중국의 기를 완전히 꺾어놓고 아시아태평양(미국은 요즘 ‘인도-태평양’이라고 부릅니다)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게 더 큰 목적이며, 이를 위해 미국 경제의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다고 봤죠. 때문에 미중 간의 노골적인 충돌은 최소한 내년 초, 중반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는 게 당시 전망이었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들여다볼까요. 미중 관계가 악화되면 중간에 샌드위치 신세인 한국은 입지가 더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반도 전문가들이나 외교부 당국자들은 “어느 한 쪽을 택하도록 강요받게 되는 상황이 최악”이라는 말을 오래 전부터 해왔습니다. 사드(THAAD) 배치 건만 해도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 아닐까요.


남북관계를 풀어나가기도 한층 어려워지지요. 무엇보다 중국이 미국과의 협상카드 중 하나로 북한을 들고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미묘한 긴장감이 상존합니다. 북한 비핵화 협상의 성과를 내고 싶어 하는 미국의 뜻대로 북한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물밑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의혹은 늘 있어 왔습니다. 북한의 대중 무역 의존도가 전체의 90% 수준에 이르고, 중국이 원유를 비롯한 에너지 공급 줄을 쥐고 있다는 점,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뒷구멍을 통해 북한 경제에 숨통을 틔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이 북한에 가지는 영향력을 막강하니까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배후조종설’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노골적인 경고의 메시지를 잇달아 날리기도 했죠. 7월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3차 방북 직후 트위터를 보세요. “중국은 무역에 대한 우리(미국)의 태도 때문에 부정적인 압력(negative pressure)을 행사하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앞서 5월에는 북-미 정상회담을 논의하던 북한의 태도가 갑자기 바뀌자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을 만난 뒤 태도가 바뀌었다”고 불쾌감을 표시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외교는 이런 상황들을 뚫고 미국, 중국과의 관계를 균형적으로 관리하며 동시에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진전을 추동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이라는 이분법도 이제는 사실상 사라졌다고 봐야겠지요.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양국과의 조율 및 협력이 필요합니다.


우리 정부가 굳건한 한미동맹을 유지하되 중국과도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줄타기’를 매끄럽게 해내야 한다고 저는 봅니다. 한미동맹을 친미 사대주의로 곧장 연결시키는 일부 시각도 존재합니다만, 우리의 지정학적 위치나 현재의 국력, 역사 등을 놓고 봤을 때 미국과 잡은 손을 놓고는 중국과의 관계설정은 오히려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한미 연합군사훈련이나 주한미군의 주둔 비용을 놓고 계산기를 두드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보면 앞으로는 우리가 원해도 한미동맹 유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는 판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