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논문

제목제17회 한중일 연례 심포지엄-한중일 협력과 건전한 양국관계 구축(니시노 준야)

2008년부터 한중일 정상회의가 단독으로 개최된 지 올해로 10년이 넘었다. 작년 5월에 도쿄에서 제7차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린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중일 협력관계는 매년 정상회의의 연례적 개최를 보장할 수 있는 단계에 와 있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어려운 동아시아 국제정치의 정세 속에서 꾸준히 지속적으로 진전돼 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중일 3국의 협력 발전에 토대가 된 것은 2011년 서울에 설립된 한중일협력사무국(TCS)이다. 작년 한중일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도 TCS의 역할을 평가하고 재확인함과 동시에 TCS의 역량구축 활동과 3국 협력 메커니즘에 대한 광범위한 참여에 지지를 표명했다. 금년 9월부터 TCS 사무국장을 맡게 된 일본이 보다 적극적으로 협력 메커니즘에 참여하기를 기대한다.


지난 10년 간을 돌이켜 보면 한중일 3국의 협력을 어렵게 만든 요인의 하나가 중일, 한일, 한중과 같은 양국간 관계의 악화에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3국 간 협력이 양국의 마찰을 완화시키는 장이 되기도 하지만 보다 생산적인 3국 간 협력을 위해서는 건전한 양국관계 구축이 필요하다.


일본에서 본 양국관계, 즉 중일관계와 한일관계는 현재 어떤 상황에 있는가? 중일관계는 다행히 ‘정상궤도로 돌아왔다’는 지적이 나올 만큼 회복되고 있으나 한일관계는 ‘수교 이래 최악’의 상태에 있다. 본 심포지엄의 주제인 ‘변화하는 한반도의 안보 정세’라는 관점에서 주로 최근의 한일관계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세 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먼저 현재의 한일관계 위기는 양국의 사회 변화에 기인하는 점이 크다. 특히 민주화 이후의 한국 사회의 변화, 단적으로 말해 ‘보수’ 대 ‘진보’의 대립 상황이 한국 내에서 역사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이것이 양국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둘째는 한일 양국을 둘러싼 지정학적 상황에 대한 인식과 대응, 나아가 안보 전략에서 양 정부 간에 괴리가 나타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GSOMIA 종료 통보는 안보 인식과 전략의 괴리를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한일관계는 1998년 ‘한일공동선언’ 무렵의 ‘좋은 시절’ 로 돌아가지 못하고 ‘새로운 관계’를 구축해야 하는 시기에 와 있다. 긴 시간이 걸릴 것이다. 현재는 새로운 관계 구축을 위한 과도기에 있다. 이 긴 과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양 국민에 의한 상호이해와 양국 지도자의 정치적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1. 한일 양국 사회의 변화
・아베 총리와 문재인 대통령의 언행을 통해서만 상대국을 판단하는 경향이 지속됨
・상대 정부가 처한 국내 정세(정책을 제약하는 요인)에 대해 더 많이 주목해야 함
・민주화 이후(특히 2000년대 이후) 한국사회의 변화
    노무현 정부 이후의 ‘진보’ 대 ‘보수’의 대립 (예: 2012년 대선 48 대 51)
    한국 국내의 역사 논쟁 (예: 대한민국의 기원은 1919년인가, 1948년인가)
    새로운 역사 인식과 내셔널리즘 등장 / 사회 변화의 영향을 받은 사법 판단
・3·11 동일본 대지진 (2011년)을 전후로 확대된 일본사회의 무력감
   민주당 정부의 ‘실패’와 2기 아베 내각 탄생 / 2012년 총선거 ‘일본을 되찾자’
・그러나 한일 양국의 여론은 양 정권의 중간적 위치에 있다
   양국이 공통 기반을 구축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히 있다


2. 전략 인식과 정책의 괴리
 = ‘중국 부상’에 대한 대응 : 경쟁 / 순응 (북한문제에서 중국의 협력이 필수)
     미국과의 동맹관계 : 통합 강화 / 상대적 자립(전시작전통제권 이관 준비)
・’자국의 미래를 생각할 때 중요하다고 보는 국가 및 지역’ (겐론NPO-EAI , 한일공동여론조사)
    일본 2017/2018/2019 응답 : 미국 63.5%/63.4/67.8%、중국 5.7%/8.6%/5.9%
    한국 2017/2018/2019 응답 : 미국 45.1%/55.6%/55.5%、중국 42.0%/31.4%/33.3%
・상대국 전략과 구상에 대한 이해와 공통 기반 (Common Ground) 구축을 위한 노력
・일본 (아베 정부) : ‘자유롭고 열린 인도 태평양’, QUAD (일본,미국,호주,인도)
    중국과의 관계 :  동아시아의 전략적 경쟁관계 / 안보 및 경제 등 중층적 관계
・한국 (문재인 정부) :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4강’ (미중러일)에서 ‘미중 G2’로 / 표류하는 일본의 위상
     보수와 진보가 공통적으로 내걸고 있는 ‘중견국 외교’
・북미 ‘비핵화’ 프로세스 지속에 따른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에 대한 공동 대처의 필요성
    비핵화 조치 유도 : ‘안심 제공’를 위한 공동 전략
・2020년대 후반 이후의 동북아 안보구도의 일대변화에 대한 공동 준비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 한미연합방위체제의 변용(연합사령부 CFC 해체)
    유엔군사령부(UNC)의 미래 / 미 인도 태평양군의 지휘명령체계 조정
・결정적으로 부족한 전략 대화


3. ‘새로운 관계’ 구축을 위한 긴 과도기 ‘관리’
・한일관계의 질적 변용 (정치,외교,경제 영역에서 시민사회, 안보협력까지 확대)
   각 영역에서 한일 간 수평화・대등화
    (예: 일본의 대한 경제협력에서 제3국 공동 프로젝트로)
・2018년 후반부터 양국관계의 부정적 영향을 받기 시작한 세 영역 (시민사회, 경제계, 방위 당국 관계)
    시민사회가 뒷받침하는 한일관계의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 (여론의 영향을 어떻게 볼 것인가)
・거의 사라진 파이프 라인(가교역할) 의 재구축과 새로운 소통 채널 개통
・50년 이상에 걸친 관계 발전 (= 대등한 파트너십 구축)에 대한 객관적 평가
    ‘1965년 체제’의 출발점뿐만 아니라 1990년대 이후의 공동 노력을 참조해야 한다.
    한일 간 공통 스토리 ‘1998년 모델’
    1990년대 이후 양국이 쌓아온 노력이 물거품이 될 위험을 회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