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논문

제목[신석호] 화정국가대전략 강좌 1년 北核 해결 지혜 모은 ‘싱크 탱크’

“종전선언 뒤에 북한이 ‘주한미군 을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우리 가) ‘종전선언을 깨자’고 ‘파투’를 선 언하면 된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8월 23일 제 14회 화정국가대전략 월례강좌에 연 사로 초대된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은 이렇게 말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대중 정부 시절 햇볕정책 입안과 실행에 깊이 관여했고, 노무현 정부 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 장과 통일부 장관으로 대북정책의 전 면에 나선 그는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자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지나친 의미 부여 를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꼭 한 달 전인 7월 23일 열린 제13 회 월례강좌에 연사로 나온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전혀 다른 견해를 피력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인 ‘비핵·개방3000’ 수립에 관여했고 박 근혜 정부에서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그는 “북핵 협상이 촉진되기 위해선 강력한 압박이 병행돼야 한다. 정부 가 중재자가 아니라 당사자로서 한미 공조를 공고히 하고, 남북 경제협력 은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지난해 미국의 독립기념일 인 7월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급 화성-14형을 발사한 직후인 7월 13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시 작으로 출발한 화정 국가대전략 월례 강좌가 9월 17일 신원식 전 합동참모 본부 차장의 강좌(주제: 북한 비핵화 와 우리 안보)로 꼭 15회 째를 맞 았다. 1년 넘게 이어진 강좌는 숨 가 쁘게 진행됐던 북한의 ‘도발과 대화 드라마’를 점검하고 평가하면서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모두가 공유하고 귀 기울여야 할 잠 정적인 지혜를 도출해보는 소중한 기 회를 제공했다.


평창 겨울올림픽이 한창이던 2018 년 2월 19일 제8회 화정 국가대전략 월례강좌에 연사로 초대된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과 미국 간의 ‘큰 타협’이야말로 (북한 비핵화를 위한) 유일한 대안”이라며 큰 타협의 조건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정교한 로드맵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한미가 충분히 사전에 협 의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해야 한다. 둘 째, 협상 시간을 한정해야 한다. 협상 을 과거처럼 2~3년 끌 수는 없다. 2~3 개월이면 충분하다. 셋째, 기존의 제 재 해제가 협상의 전제조건이어서는 안 된다. 제재는 계속하면서 가야 한다.”


싱가포르 회담 직후인 6월 18일 열 두 번째 연사로 나선 마크 내퍼 주한 미국대사 대리도 싱가포르 합의에 대 한 대내외의 비판을 의식한 듯 이렇 게 강조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강조했던 것처럼 북한 비핵화가 이뤄 지지 않으면 제재는 여전히 유효하게 남아있을 것이다. 과거와 달리 과정에 대한 단계적인 조치(제재해제 등 보 상)는 없을 것이다.”


2018년 11월 중간선거, 2020년 11 월 재선에 북한 비핵화 이슈를 활용 하겠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밝히고 있 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인 접근에 대한 우려는 도발국면에서부터 제기 됐다. 2017년 11월 27일 다섯 번째 연 사로 나온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 사장(전 청와대외교안보수석비서관) 의 지적이 대표적이다.


“한 가지 걱정은 트럼프가 완전한 비핵화(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enuclearization)를 공 언하고 있고 지금은 결기가 대단해 보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입장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임기가 있고,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이 있기 때 문이다. 김정은은 자기 임기 내내 원 하는 조건이 아닌 경우에는 계속 거 부하면 된다. 트럼프가 시간이 흐를 수록 입장이 약화되면 초조한 나머 지 핵 동결로 타협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비핵화 공약 없는 동결 수용여부를 둘러싸고 한·미·일 공조 체제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중국의 역할은 또 어떤가? 첫 연사 였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그 레이엄 엘리슨 교수가 ‘예정된 전쟁’ 이라는 저서에서 거론한 ‘투키디데스 함정’을 언급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미중 양국을 숙명적으로 세계적 차원 의 경쟁 관계로 보기 때문에 아태 지 역에서 미중 패권 관계가 심해질 것 이라 전망한다”고 말했다. 중국 전문 가인 서진영 고려대 석좌교수(2017년 8월 22일 2회 강좌)도 “(베이징 하계 올림픽을 개최한) 2008년 이후 중국 이 완전히 달라졌다. 목소리가 강해 지고 터프해졌다. 영토와 주권과 관련 해서 거칠게 나오기 시작했다”고 설 명했다.



2017년 7월 4일 반기문 전 UN총장 첫 강좌
전문가 석학 등 참여 한반도 평화 전략 도출



올해 4월 18일 열 번째 연사로 나 온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그 동안 북한 비핵화 협상이 왜 번번이 실패했는지에 대해 세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먼저 북한의 비핵화 실패의 배경 은 동북아라는 지정학에 원인이 있다. (비핵화된 북한의) 미래 비전에 대한 양국(미국과 중국)의 이해가 일 치되지 않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70년에 걸친 불신이다. 북한은 미국에 대해 ‘뭘 믿고 내 목숨 이 걸린 물건을 내놓겠느냐’고 하고, 미국은 ‘우리가 어떤 나라인데, 북한 의 협박에 굴해서 먼저 양보하는 것 은 절대 안 된다’고 반복하면서 양측 의 카드가 불신과 비대칭 형태로 유 지되고 있다.


세 번째로 북한과 미국의 국내 정 치가 협상에 엄청나게 작용하고 있다. 상대 입장에서 보면 약속을 하지만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약속을 해도, (이를 뒤집는) 그런 국내정치가 작용하고 있다.”


북한이 국제사회에 대해 가지는 불 신에 대해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장관 (2017년 9월 28일 3회 강좌)은 “우리 가 전달해야 하는 메시지는 통일도 정권교체도 아닌 북한의 비핵화라는 정책 체인지임을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 ‘핵을 포기한다면 다른 모든 것 들은 당신들이 원하는 대로 하라’라 는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야 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 지만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 사장(2017년 8월 25일 4회 강좌)은 북한의 내부정치 문제를 근거로 “북 한에 저런 체제가 존재하는 한 핵미 사일을 폐기할 리도, 할 수도 없을 텐 데 그 체제는 그대로 두고 ‘핵미사일 폐기’에만 매달렸으니 애초부터 가능 할 리가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 정권의 외교정책 브레 인인 문정인 연세대 특임교수(2018년 5월 24일 11회 강좌)는 북한과 미국 모두 과거와는 다른 행동패턴을 보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북한이 그러한 전술(과거와 같은 살라미 전술, 대화와 도발의 이중전 술 등)을 추구한다면 이번 합의 전체 가 위험에 빠지게 되고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과거의 패턴과 죄와 벌의 반복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는 분명히 군사 행동과 전쟁 가능성을 키우면서 또 다른 위기로 이어질 것 이다. 이러한 가능성을 인지, 한국과 미국은 북한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 했고 북한은 이러한 과거의 관행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중 략). 다행히 역사 속의 인물이 되고 싶어 하는 개인적 욕망과 국내 정치 적 이유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북미 정상회담을 성공으로 이끌고 싶 어 할 것이다. 과거와 다른 파격적인 행보를 기대해 보는 이유다.”


한반도 정세에 대한 분석과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상황이 현재에 이른 데는 우리 모두의 책임, 특히 정치권 의 과오가 크다는 자성론도 나왔다. 김형오 전 국회부의장(2018년 1월 23 일 7차 강좌)의 일갈이다.


“우리가 북한에 약한 모습을 보이 게 된 것은 정치의 책임이 가장 크다. 국민의 환심을 사기 위해 사탕발림과 분홍빛 정책을 내세웠다. 미국만 믿고 동맹 조약 위에서 잠자다 보니 핵과 미사일 앞에서 생존을 위협 받게 됐다. 그렇기 때문에 향후 문제 해결 에 있어서 정치권의 단합과 한목소리 내기가 중요하다는 것이 대부분 현인 들의 결론이었다.


글 · 신석호 (동아일보 디지털뉴스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