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회의 자료

제목34차 한미 국제안보학술회의-1-3 대북 경제협력의 원칙

제3발제: “대북 경제협력의 원칙”
TROY STANGARONE (한미경제연구소)


본인은 과거 미 의회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여러분들이 목격하는 대북제재는 대부분 미 의회가 주도한 것들이다. 행정부가 제재를 이행하고 대통령 행정명령이 발동되기도 하지만, 법적으로 말해 제재의 구조는 의회에 기초를 두고 있다.


금일 본인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과연 우리가 어떤 행태가 되었든지 제재를 해제해 주어야 할 것인지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그것이 일종의 면제나, 예외조치나, 다른 어떤 형태가 되었든지 간에, 우리는 과연 협상이 완료될 때까지 제재를 유지해야 할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과연 우리가 경제를 북한에 대한 유인책(inducement)으로 활용할 것인지, 아니면 그것을 비핵화 이후의 보상책으로 제시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그렇다면 이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 과정은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가? 어떤 행태의 것들을 해야 하는가? 어떤 형태의 것들을 피해야 할 것인가? 본인의 생각에 이들은 모두 핵심적 질문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경제는 건물이라기보다는 소프트웨어에 가깝다. 그래서 우리는 소프트웨어에 필요한 코딩(coding)을 알아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이 자리에 모인 모든 청중들에게 상기의 질문을 하고자 한다. 이는 카일(Kyle)이 언급한 인권문제와도 관련되는 것이다. 여러분들 중에서 몇 명이나1990년대에 나이키(Nike) 회사가 필리핀에서 직면했던 도전과제들을 기억하고 계신가?


몇 분은 고개를 끄덕이고 계시지만, 다른 분들은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다. 나이키는 필리핀에 공장을 차렸지만, 본질적으로 나이키 회사는 당시에 근로조건, 저임금, 노예노동(slave labor) 같은 문제들로 비난을 받았다. 그래서 이것들은 확실히 나이키에게 불리한 PR이 되었다. 그래서 나이키는 더 나은 인권과 더 나은 노동자 권리 기준을 위한 계획수립에 나서는 변화를 보였다. 따라서 북한과 경제협력 문제를 고려하는 경우, 우리 중 어느 누구도 북한이 하룻밤 사이에 인권의 천국으로 변할 것이라는 환상을 갖고 있지 않는다. 그러나 만일 북한이 경제개발에 강한 관심을 갖는다면, 북한은 국제적 기준에 부합되도록 인권 상황을 개선시켜야 한다. 이렇게 되면 북한에서의 사정이 더 나아질 것이고, 북한경제에 진정한 변화가 이뤄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근본적 질문은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추진하는 목표는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만일 이것이 단지 비핵화를 위한 유인책이라면, 이는 햇볕정책 초기에 논의되었던 형태의 경제협력과는 다른 것이다. 당시에는 북한에게 경제를 가르치고, 국가주도의 경제로부터 벗어나도록 지원하고, 어떻게 하면 북한이 시장기반 경제로 진입할 수 있는지 등을 논의했었다. 그러므로 만일 목표가 시장기반 경제라면, 우리가 해야 할 일, 그리고 우리가 취해야 할 모종의 조치들이 있다.


현 시점에서 북한을 바라보면, 북한 경제는 다 죽어가는 국가주도, 국가관리 위주의 경제이다.  개성공단이나 라선 경제특구 같은 곳이 있지만, 이들은 다른 경제들과 대부분 격리된 상태에 있다. 북한에는 일종의 자생적인 시장(장마당)이란 것이 존재하지만, 이는 대개 법적 변방지대에 머물러 있다. 북한 경제라는 것은 미국이나 다른 국가의 경제가 하나의 거대한 기능적 체제로 움직이는 것과 전혀 다르다.


따라서 우리가 북한을 보다 시장기반 경제로 이행하도록 노력하는 경우, 여기서의 핵심은 “우리는 이들에게 어떻게 관여(engage)할 것인가?”라는 것이다. 간단히 2가지 사례를 들도록 하겠다.


하나는 오라스콤(Orascom) 사례임. 오라스콤은 북한이나 중국 소유의 회사가 아니라 외국인 소유 회사이다. 그들은 북한에 무선 네트워크를 구축한 원조(元祖) 기업이다. 시간이 지나다 보니 오라스콤은 북한이라는 국가와 경쟁관계에 놓이게 되었고, 이는 예상치 못한 사태였다. 라선지구에 인프라를 깔고 나서 북한은 나름의 국유기업을 세워 무선 네트워크 사업을 벌였다. 그래서 오라스콤은 그 동안 벌어들인 이윤의 일부를 국외로 반출하기로 결정했다. 그랬더니 북한은 오라스콤의 국외 이윤반출을 허용하지 않았다. 여러 분들은 이와 비슷한 이야기들을 중국에 있는 기업(예: 광산개발 기업 등)에서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북한의 자의적 규칙에 직면한 해외기업들이 겪어야 하는 도전과제들이다. 그러므로 벌어들인 이윤을 본국으로 가져올 수 없다면, 이는 북한에 투자하려는 해외기업들의 동기를 박탈하는 反유인(disincentive)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는 순전히 경제적 기반에 따라 북한에서 실제로 경제활동을 하려는 해외기업들이 겪게 되는 경험의 하나에 불과하다. 라선지구에는 통일이라든지 다른 정치적 목표도 없는데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다른 해외기업들이 북한에 투자하려는 경우에 명심해야 할 생생한 증거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이런 환경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오라스콤 같은 기업들의 경험을 고려할 때, 어떻게 해외기업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북한에 투자하도록 설득할 수 있겠는가?


다음으로 개성공단에서 남한이 겪은 경험을 논의해 보겠다. 본인은 두 번씩이나 개성공단을 방문하는 행운을 가졌다. 본인은 미국과 유럽의 실업계 인사들과 대화하면서, 이런 질문을 던졌다. “당신들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북한에 들어가 사업하게 되면 어떤 도전과제에 당면할 것으로 생각하는가?”


당시 본인이 놀랐던 부분은 카일(Kyle)이 언급했듯이 개성공단에서 근로자들이 직접 급여를 받지 못하고, 북한이라는 국가가 근로자에게 급여를 지불하는 책임을 맡고 있다는 사실이다. 개성공단을 움직이는 규정들을 보면, 실제로 급여가 근로자들에게 지불되도록 되어 있다. 휴대폰 사용과 인터넷 접근 같이 비즈니스 면에서 닥치는 다른 도전과제들도 실제로는 규정에 모두 포함되어 있지만, 제대로 이행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러므로 문제는 합의문서에 올바른 규정을 포함시킬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후속조치를 관철시킬 것인가?


따라서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해야 하는 시점이 되면, 우리가 반드시 생각해 보아야 할 일련의 사항들이 있다. 우선 급여가 근로들에게 직접 지불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여러 좋은 이유들이 있다. 단적으로 만일 근로자들이 호주머니에 급여를 챙기게 되면, 북한의 국내경제가 활성화되는데 기여할 것이다. 북한 같은 나라와 경제협력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이러한 소비자 위주의 경제체제를 구축하기 시작해야 한다. 여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룻밤 새에 되지 않을 것이지만, 어쨌거나 근로자들에게 직접 돈이 지불되도록 해야 한다. 본인의 생각에 국가(북한)가 세금을 거두는 조세제도는 괜찮지만, 먼저 근로자들에게 직접 급여가 지불되고, 그런 다음에 국가가 세금을 떼어가도록 해야 한다.


개성공단 같은 곳에서 경제협력을 하는 경우, 제품과 상품을 만들기 위한 원재료는 어디서 구할 것인가? 북한 공급자가 아닌 다른 곳에서 구매하는가? 내가 이런 질문을 던졌더니, 돌아온 답변에 의하면, 근로자들에게 점심 제공을 위한 먹거리 같은 소소한 것들은 현지에서 사들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거의 모든 것들은 다른 곳(북한 외부)에서 들여온다고 한다.


만일 개성공단이나 다른 경협 프로젝트들이 북한에 진정한 영향을 주려면, 이들은 실제로 북한 경제와 연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는 북한 공급자들로부터 물품/원료들을 구매해야 함을 의미하는데, 이는 어려운 도전과제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런 도전과제들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하지만 북한 근로자가 개성공단에서 생산한 제품은 북한의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북한인 소비자들도 구매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개성공단이 단지 격리된 곳이 아니라, 사람들이 와서 일하고, 만든 제품을 전 세계의 다른 모든 곳들로 보낼 수 있도록 일종의 연계(linkage)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 이런 연결성(connectivity)이 있어야만 북한의 시장 활성화, 북한 공급자들의 육성, 다른 사업들의 성장 등, 이 모든 것들이 연결되기 시작하여, 경제 전반에 걸쳐 상생효과와 성장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될 것이다.


김정은은 병진노선의 제2단계인 경제개발로 이동하기를 희망한다. 이를 위한 핵심 관건은 기본적으로 데이터 수집 같은 업무를 개혁하는 것이다. 북한의 실업률이 얼마인지, GDP 성장률이 얼마인지 알려주는 사람이 전혀 없다. 한국은행 같은 곳에서 최선의 추정치를 내놓으려 하지만, 이처럼 중요한 거시경제 지표를 보여주는 진정한 데이터가 없다는 점이 문제이다.


이런 데이터들이 중요한 이유는 2가지이다. 첫째,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 그리고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DB) 등으로부터 개발지원 자금을 지원받으려면, 이들 은행들은 돈을 내주기 전에 이런 기준들을 모두 충족시켜야 한다는 요구조건을 내세울 것이다. 요컨대, 북한은 통계학적 데이터 수집 체계를 구축하고, IMF 회원국으로 가입할 수 있는 모든 조건들을 충족시키기 위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둘째 이유는 만일 북한이 IMF 회원국이 아니라면, WTO(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IMF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에 제품을 수출할 수 있게 되더라도 가장 높은 非시장 관세율을 적용 받게 된다. 어떤 개별국가들은 북한에게 예외조항을 만들어 적용할 수도 있지만, 대체로 북한이 경제성장을 이룩하려면 남한처럼 수출위주 경제를 성장시켜야 한다. 그러면 해외시장 및 제품에 접근해야 하고, 시간이 지나면 WTO에도 가입해야 한다. 중국은 이런 과정에서 호된 경험을 겪었지만 오랜 시간이 걸렸다. 북한의 경우에는 이런 과정을 가속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북한은 결국 오늘날처럼 단순한 경제협력의 차원을 벗어나, 진정한 의미에서 기능적 시장경제의 위상에 도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런 규칙들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다른 이유가 있다. 남미를 보면 이 지역의 많은 국가들이 실제로 1인당 소득 면에서 미국을 따라잡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미국에 훨씬 뒤떨어져 있다. 대체로 문제는 1950년대 이후 대부분의 남미 국가의 정부들이 올바른 규칙을 수립하고 올바른 정책을 추진하는 등, 좋은 경제정책을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언젠가 북한이 경제성장을 위해 개방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단지 효율성 개선만으로는 부족하여, 경제개발과 시장 합법화 조치 같은 것으로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결국에 가서는 1인당 소득 면에서 남한에 근접하지 못하는 상황을 보게 될 것이다. 따라서 좋은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정권으로 하여금 그렇게 하도록 유인책을 제공하면 남북한의 장기적 이익에 부합될 것이다.


에너지 지원이나 북한의 미래 에너지 구조 등을 생각하는 경우, 에너지 인프라를 생각해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한마디로 북한의 에너지 인프라 전체를 재건해야 한다. 이들의 전력망(power grid)이 너무 낡고 노후 되어 사용불능 상태이다. 따라서 역설적이지만 모든 것을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는 특이한 기회를 가지고, 반드시 현재의 체제에 반드시 부합되거나, 북한 국내의 어떤 이해집단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에너지 인프라를 위한 최선이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명심해야 할 것은 확실히 북한이 안보를 매우 우려하여, 자력갱생 형태의 체제를 필요로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북한의 핵확산이 우려되므로, 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할 때 확산방지를 염두에 두는 동시에, 북한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조건도 갖춰야 한다. 북한은 암호화폐와 사이버 공격 같은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이런 분야는 북한이 사이버 활동을 규제해야 할 필요가 있는 조건 중의 하나이다. 북한과 관계정상화의 일부는 이런 종류의 불법행위, 은행에 대한 해킹 행위, 암호화폐 해킹 행위 등의 중단을 전제조건으로 삼아야 한다.


북한과 주고받는 기술에도 각별히 유념할 필요가 있다. 북한인들은 매우 유능하고, 재간 있고, 창의적인 사람들이다. 그러나 북한인들은 자체 안면인식 기술을 개발하여, 이를 해외에 판매하려 한다는 보고가 있다. 김정은이 이런 기술을 중국에 판매하고, 중국이 인민들의 사생활 감시를 위해 이런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할 것인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가 이런 행위를 중단시킬 수는 없지만, 북한이 체제개방에 나서더라도 이런 종류의 시스템을 보다 신속하게 개발하는데 기여하는 형태의 기술을 북한에 넘김으로써, 이런 과정(북한-중국 간의 거래과정)을 촉진시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는 어떻게 북한과 경제협력을 하고, 어떻게 그것이 북한 내부의 보다 광범위한 시민사회와 인권 측면에 영향을 줄 것인지를 고려해야 한다.


다시 오라스콤으로 돌아가, 우리는 기업들이 이윤을 해외로 반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야 한다. 개입정책의 일부는 만일 우리가 북한에 투자하여 이윤을 얻으면, 우리가 원하는 방식대로 이런 이윤을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북한에서 이윤을 낼 수 없는 사업들로 북한에게 유인책을 제공하면 안 된다. 이윤을 남길 수 있는 합작 사업이라면, 그리고 북한이 외국 사람들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법적 제도를 구축한다면, 외국의 민간부문도 북한에 투자할 것이고, 우리는 바로 그렇게 되도록 장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