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회의 자료

제목34차 한미 국제안보학술회의-2-3 북한 비핵화를 위한 다자적 포괄적 접근

제3발제: “북한과 지역안보: 북한 비핵화를 위한 다자적·포괄적 접근”
허 남성 박사(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한국 국방대 명예교수이자,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인 허 남성입니다.


우리는 북한 문제를 이해하거나, 연구하거나, 정책 수립을 하고자 할 때에, 몇몇 ‘2중성’의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 중 가장 두드러진 2중성에는 대한민국 국민들 마음속에 담겨 있는 북한에 대한 2중적 인식을 꼽을 수 있다. 북한은 한편으로는 도와주어야 할 동포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쳐부숴야 할 적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대북 2중적 인식 차이 때문에 미국과 한국 정부는 북한 핵 위기를 다룸에 있어서 공동의 조화로운 대처를 어렵게 만든다. 예컨대 한국 정부가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과 협조를 공언하는 가운데, 미국은 북한의 양보를 받아내기 위해 더욱 강력한 대북제재를 강조한다.


한편, 북한 문제를 다루는 일은 마치 밑그림 없이 퍼즐 조각을 짜 맞추는 퍼즐게임과도 같다. 북한에 대한 전체적 밑그림이나 모든 퍼즐 조각이 다 갖추어져 있지 않다는 것은, 북한에 대한 확실한 정보가 그만큼 부족하다는 뜻이고, 결과적으로 그 부실한 정보를 바탕으로 어떤 결론을 내린다는 것은 대단히 어렵고 위험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오늘 저 나름의 북한 핵문제 퍼즐 그림을 여러분에게 제시하려고 한다. 저는 우선 북한 핵문제를 풀기 위한 다자적 접근의 필요성에 관해 간단히 언급하고, 포괄적이면서도 단계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리고 오늘의 본론이자 강조점이라고 할 수 있는, 다소 도발적인 저의 ‘플랜 B’ 아이디어를 제시하겠다. 저는 ‘플랜 B’에 “한국의 공개적·한시적 자체 핵무장”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물론 이 ‘플랜 B’는 북한 비핵화를 위해 지금 시도되고 있는 모든 평화적 방법들이 수포로 돌아가고, 마침내 미봉책으로서 ‘불완전한 비핵화’로 타결될 경우, 그러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극복하기 위한 최후의 대안이다. 이에 대한 한 한국인의 고뇌에 찬 관점을 경청해주시기 바란다.


북한이 이처럼 집요하게 핵무장을 하려는 의도는 과연 무엇 때문일까? 어찌하여 그들은 핵무기라는 금단의 절대무기를 가지려 하는가? 북한은 최후의 수단으로서 핵무기가 필요한가, 아니면 보다 더 큰 양보와 혜택을 받아내기 위한 협상의 도구로서 그것이 필요한가?


북한 핵전략의 목표를 저는 ‘북한판 상호확증파괴(MAD: Mutual Assured Destruction)’ 능력의 확보라고 판단한다. 즉, 북한이 샌프란시스코나 로스앤젤레스를 ICBM이나 SLBM으로 투발 되는 히로시마 급 핵폭탄으로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한다면, 미국은 섣불리 북한을 공격할 수 없을 것이다. MAD에 의해 미·북 사이에는 일종의 ‘공포의 균형’이 성립될 것이다.

 
만일, 이처럼 북한이 자신의 안보 확립을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핵무장을 완성시키려 하는 것이라면, 협상으로 북한의 핵 폐기를 달성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경우,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이나 미·북 정상회담을 받아들인 유일한 이유는 엄격한 대북 경제제재의 틀에 숨통을 틔우고, 핵무장국가로서의 북한의 지위를 ‘기정사실화(fait accompli)’하기 위한 시간 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북한 핵 폐기를 위한 실낱 같은 가능성에 기대를 걸어야 할 절대적 이유 또한 존재한다. 지난 2006년 10월9일부터 2017년 9월 3일 사이에 북한이 6차례의 핵실험을 한 사실은, 과거 인도와 파키스탄도 6차례의 핵실험으로 핵 무장국이 되었던 전례에 비추어볼 때, 북한이 이미 실질적(de facto) 핵 무장국이 되었음을 의미하며, 그렇기 때문에 그만큼 핵 포기의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우리가 ‘단 1%의 가능성’에도 희망을 걸고 최선의 압박과 협상에 정진해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가 만일 북한의 ‘최후적 동기(last resort motivation)’에 지나치게 매몰될 경우, 우리에게는 2가지의 극단적 선택만이 남게 되기 때문이다. 즉, 북한의 핵을 인정하거나, 전쟁을 무릅쓰고 외과적 타격을 가해서라도 핵 폐기를 이루든가 하는 양 극단 선택의 길이다. 이들 극단의 선택은 그 어느 쪽도 악몽과 파국의 길이다. 특히 한국 국민들에게 그러하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전쟁 없이 이 북핵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실낱 같은 협상 가능성에 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제 다자주의 접근이다. 물론, 현재 미국은 다자적 협상이나 접근 보다는 톱 다운 방식의 정상회담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4월 28일, 존 볼튼 국가안보보좌관은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미국은 비록 6자회담을 완전히 제외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 시점에서 6자회담을 선호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자적 방안에 의한 북한 핵 문제 해결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다자적 접근을 해야 하는 이유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북한 핵 문제는 미·북 만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과 세계 다른 나라들, 특히 이 문제에 긴밀한 국가이익이 걸려 있는 나라들과의 문제이다.


둘째, 다자주의 접근은 일종의 ‘비용 분담’ 개념에 입각한 방안이다. 여기에서 작동되는 원칙이란, 관련국들은 협상에 참여할 권리를 가지는 반면에 협상 결과 상대방에게 치러야 할 보상은 단체로 나누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협상에 참여한 국가들은 그 숫자만큼 부담을 나눌 수 있고, 북한은 참여국 숫자가 늘어난 만큼 보상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기대에 의해 협상에 더 적극적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다자적 접근은 장차 핵 문제가 해소되고 ‘동북아 안보포럼’ 같은 지역적 안보 기구를 만들고자 할 때 징검돌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들을 감안하여 저는 6자회담 복원을 제안하며, 다만 남북 및 미·북 정상회담들과 병행하여 진행할 수 있다고 본다.


다음은 포괄적 접근이다.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참으로 많은 안건들이 즐비하게 나열되어 있다. 여기에서 핵심은, 이 안건들을 어떻게 패키지로 묶을 것이며, 어떤 순서로 정렬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바꾸어 말하자면, 북한이 핵 문제와 더불어 미사일, 화생무기, 재래식 군사력, 인권문제, 개혁개방 등 여러 직·간접 안보 이슈들을 완전하고도 원만하게 처결한다고 했을 때, 그 대가로 어떤 보상을 어떤 시간표에 의해 제공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러한 패키지 묶기와 순서 결정은 매우 복잡하고 민감한 문제들이다. 따라서 그 접근법은 양측의 모든 요구사항을 한꺼번에 협상테이블에 올리고, 종류와 경중을 가려서 패키지로 묶는 포괄적 접근을 해야 하되, 다만 그 처리는 어쩔 수 없이 단계(step-by-step)를 밟아서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저는 이러한 방안을 ‘포괄적·단계적 접근방식(comprehensive & step-by-step approach)’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그러나 한정된 토론시간 때문에 구체적인 세부사항을 모두 설명할 수 없으므로, 저의 논문에 포함되어 있는 도표를 참조해주시기 바란다. 도표는 별도로 입구 쪽 테이블에 준비해두었다.


자, 이제 오늘의 뜨거운 감자인 ‘플랜 B’에 관하여 말씀 드리겠다. 북한의 핵문제는 한국 국민들에게는 생사가 걸린 문제이며, 저는 이제부터 많은 사람들이 “생각할 수 없다고 여기는 과제”를 여러분과 함께 생각해보려고 한다. 42년 동안 군 복무를 마치고 퇴역한 군인의 한 사람으로서, 저는 남들보다 좀 더 예민한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스스로 여긴다. 이처럼 절박한 위기의식에 사로잡혀, 저는 오늘 북핵 문제가 ‘최악의 시나리오’로 전개될 수도 있음을 제시하고, 그 경우 한국은 북한의 핵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서 자체 핵무장을 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펼치고자 한다.


첫째, 남북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 결과 북한 핵에 대한 CVID의 기회와 가능성은 사라져버렸다고 생각한다. 특히 싱가포르회담의 합의문에는 CVID라는 용어 자체가 실종된 대신, 북한이 그토록 오랫동안 주장해 온 “상호 핵군축”의 북한식 표현인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용어가 자리 잡았다.


북한이 주장하는 “한반도의 비핵화” 개념은 한국과 미국이 그 동안 주장해 온 북한 비핵화 개념과는 전혀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 한·미는 비핵화를 북한의 핵 탄두, 핵 물질, 생산시설, 미사일 등에 대한 CVID식 폐기와 1만 5천 명이 넘는 핵 기술자들에 대한 활동 감시라고 여겨왔다. 그러나 이와 반면에, 북한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북한의 비핵화와 더불어 “미국이 한반도에서 전개하는 모든 군사 활동의 폐지”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보고 있다. 즉, 미국의 전폭기, 항공모함, 잠수함 등 핵무기를 내포하는 항공기 및 함정들의 한반도 지역 착륙, 기항, 통과 등의 금지;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및 확장억제 공약의 폐기; (핵무기를 포함할 수도 있는) 모든 군사훈련의 금지; 그리고 심지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주한미군의 철수 등이 포함된다.


그런데 지극히 상징적이게도,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정상회담 직후 한미 연합훈련의 무기한 중단을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그는 단순히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 그러한 조치를 했다고 말했지만, 북한식 비핵화 개념을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간과할 수 없는 실책이다.


둘째, 일부 전문가들은 추가적 정상회담과 장관급 후속회담들이 열릴 것이므로 좀 더 지켜보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미 첫 단추를 잘못 꿴 협상은 결국 한국 국민들에게 ‘악몽의 시나리오’로 귀착될 가능성이 높다. 왜냐고? 무엇보다도 먼저, 지난 시절 북한과의 핵 협상 과정을 보면 일관된 관행이 보인다. 북한은 미국에 대해서 집요하게 자신의 요구사항을 제시하는 한편, 미국의 요구사항은 끈질기게 회피하며 버티기를 한다. 그러면 결국 미국은 북한에 대해 상당 부분 양보를 해서 협상을 타결 짓고는 해왔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끝내 완강한 북한을 상대로 미국은 두 가지 옵션이 있을 수 있다. 하나는 북한을 군사적 수단으로 타격하여 굴복시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과거처럼 일정한 선에서 ‘타협(compromise)’하는 것이다. 군사적 타격보다 훨씬 가능성이 높은 ‘타협’이라는 결말은, 특히 한국 국민들에게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은 ‘악몽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타협’의 과정과 내용은 다음과 같이 전개될 것이다. 북한은 비핵화 단계를 밟겠다고 약속하고 모든 ‘현재 및 미래의 핵’에 대한 폐기에 나설 테지만, 일정 부분의 ‘과거 핵’은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숨기고 사찰을 회피할 것이다. 이미 풍계리 핵실험장의 ‘파괴 쇼’를 통해서 상당 부분의 과거 핵 활동이 사찰이나 검증 없이 땅속에 묻혀버렸다.


특히, 북한은 미국이 극도로 민감한 관심을 보이는 미 본토와 영토의 안보에 대해서는 매우 흔쾌한 태도로 “수정처럼 투명한 CVID급 폐기”에 임할 것이다. 즉, 미국 본토와 괌 등의 해외 영토를 타격할 수 있는 화성-14/15 등 ICBM과 무수단 등 중거리 미사일, 그리고 SLBM 등은 완전 폐기하고, 현존하는 모든 핵 물질과 생산시설을 폐기하며, 50기 내외의 핵탄두를 자진 신고하고, 제3세력에 대한 어떠한 핵탄두/핵물질/핵설비/핵기술 등의 이전 금지를 절대 서약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자진 신고한 핵탄두 이외에 감추어 둔 소량의 핵탄두(즉, 과거 핵)에 대한 완전하고도 무제한적인 사찰이나 검증은 교묘히 회피하고 거부할 것이다.


북한의 버티기로 협상이 깨질 정도가 되면, 미국은 결국 교착상태를 타개하고 미 본토의 안보만이라도 건지기 위하여 북한과 ‘타협’에 나설 것이다. 그것은 바로 북한의 ‘과거 핵’에 대한 ‘가혹한 검증’의 고삐를 약간 늦춰주는 것이다. 이윽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민들에게 자신이 북한 핵으로부터 “100% 안전한 미국”을 지켜냈으므로 우리가 이겼다는 선언을 자랑스럽게 선포할 것이다. 그리고 미국 국민들 대다수는 이러한 결과에 만족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북한의 ‘과거 핵 활동’을 눈감아주고 타결했던 1994년 제네바 핵합의의 ‘타협’ 방식이다.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대해서 이렇게 선언할 것이다. “오케이, 우리가 이겼소. 돈은 당신이 내시오.” 그러나 북한 핵이 이렇게 타결된다면, 북한의 ‘숨겨진 몇 개의 핵탄두’는 그들이 보유한 스커드 및 노동미사일과 결합하여 한국 국민들에게는 ‘악몽’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절박한 국가안보 위기에 직면하여 한국은 이제 북한 핵에 대응하는 조치로서 자체 핵무장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무역으로 먹고 사는 한국이 미국과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를 견뎌낼 수가 없으므로 자체 핵무장이 불가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저는 그들에게 이렇게 답변하고 싶다. 과거 1966년 당시, 파키스탄의 부토(Zulfikar Ali Buhtto) 수상은 “인도가 핵폭탄을 만든다면, 파키스탄도 만들 것이다. 온 국민이 풀 뿌리를 캐먹는 한이 있더라도 그리할 수밖에 없다”라고 선언한 바 있다. 북한 핵에 의한 악몽의 시나리오가 도래한 마당에 한국이라고 파키스탄과 다른 경우이겠는가?


마지막으로, 한국이 핵무장으로 갈 경우, 그래도 저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우려를 덜어줄 수 있는 방안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그것을 ‘공개적·한시적 핵무장(open-door & temporary nuclear armament)’이라고 명명해보았다. 이 계획에 의하면, 한국은 30-50개의 히로시마 급 핵탄두를 국제기구의 엄격한 감시 하에 만든다. 그리고 이 핵탄두들은 북한의 핵탄두들과 1:1 방식으로 폐기하되, IAEA의 통제 하에 CVID를 철저하게 따를 것이다. 국제기구 감시 하에 만든다는 점에서 ‘공개적’이고, 북한 핵 폐기에 상응하여 폐기한다는 점에서 ‘한시적’이다. 이렇게 한다는 데도 미국과 국제사회가 제재를 가하겠다면, 한국 국민인들 풀 뿌리를 마다하겠는가?


이상이 제가 주장하는 ‘플랜 B’의 내용이다. 그리고 이 계획은 희망컨대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핵 악몽’을 종결시킬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공개적·한시적 핵무장’ 아이디어는 그 자체가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결정적 협상카드(wild card)가 될 수 있다. 중국은 당연히 한국 핵무장이 일본과 대만으로의 연쇄적 핵 확산으로 번질 것을 우려할 것이고, 이에 따라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최대한의 압박을 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미국은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더 이상 막을 수 없다는 귀띔만으로도 당장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희망을 가져보자.


그러나 이 노병의 마지막 근심은 바로 이것이다. “과연 한국 국민들이 늦지 않은 시점에, 그처럼 결단력 있는 정부를 가질 수는 있을까?” 이것이 저의 진짜 걱정이다.


마무리하겠다. 비록 핵무기를 가진다 할지라도 궁극적인 체제 안보를 담보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북한은 깨달아야 한다. 한 체제의 붕괴 여부는 외부적 위협이 아니라 내부적 시스템의 효율성에 더 깊숙이 연관되어 있다. 어떤 체제나 국가도 자체적 국가시스템의 모순으로부터 야기되는 붕괴를 회피할 수는 없다. 북한 지도부는 더 이상 버티지 말고 ‘포괄적·단계적 핵 타결’에 진솔한 태도로 임하여 핵을 포기하고, 그 대가로 외부의 지원을 받아 개혁개방의 길로 나서야 한다. 그것만이 살 길이다. 그러지 않으면 내부적 붕괴(implosion)를 피할 수도 없고, 행여 내폭을 피한다 해도 결국은 ‘삭아서(erosion)’ 무너질 것이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정상회담들이나, 또는 복원될 수도 있는 6자회담은 남북관계뿐만 아니라 지역적 및 세계적 차원에서 국제질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만일 이 협상들이 실패하게 된다면, 한반도와 동북아지역에서는 긴장과 불안정 국면이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될 것이다. 심지어 지역적 핵 군비경쟁 상황까지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에 협상이 성공한다면, 한반도와 그 주변지역에서는 평화와 안정을 향한 탄탄대로가 열릴 것이다. 따라서 정상회담이나 6자회담들은 북한의 완벽한 핵 폐기와 동시에, 북한을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편입시킬 수 있는 개방적이고도 관용적인 조치들을 아울러 이끌어내야 한다.


그렇지만 그러한 시기가 도래할 때까지, 대한민국은 한미동맹과 같은 전통적인 억제체제 유지에 더욱 정진해야만 한다. 현실주의자의 관점에서 볼 때, 전대미문의 이 불확실한 안보정세 속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양자동맹 관계에 밀착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방책은 단연코 없다.


끝으로,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지속성이 있는 평화와 안정을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한반도의 재통일뿐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남북이 분단된 상태에서의 평화와 안정은 불완전하고 일시적일 뿐이다. 자유민주주의로 통일된 한국이야말로 한반도와 동북아지역, 나아가서 세계적으로도 지속적인 평화와 안정, 그리고 공동번영을 가져올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이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